미국에는 ‘대통령학’이라는 학문이 있을 만큼 대통령의 업적과 리더십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 열심이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교훈 삼아 더 나은 대통령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오른 <대통령들과 마주하다(Confronting the Presidents)>는 미국의 선거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그리고 미국인들은 지금 어떤 대통령상을 원하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책이다.
‘킬링’ 시리즈로 유명한 빌 오라일리와 마틴 두가드는 조지 워싱턴부터 시작해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미국 역사를 만든 마흔다섯 명 대통령의 삶과 업적, 그리고 흥미진진한 일화를 소개한다. 대통령이 특별히 좋아하거나 싫어했던 음식, 영부인 또는 가족과의 관계 등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사생활도 공개한다.
과거 대통령의 초상화를 펼쳐 보이며 그들 가운데 누가 미국을 위해 가장 최선을 다해 봉사했는지, 누가 건국 이념을 훼손했는지, 대통령을 더욱 빛나게 한 최고의 영부인은 누구였는지, 어떤 대통령이 최악이었는지 등을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게 분석한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 워싱턴은 미국 역사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된 처음이자 마지막 대통령이었다.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권력의 평화로운 이양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겼다. 그는 대통령 출마 자체를 꺼렸고, 재임 중에도 정치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국제 문제에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권력 사유화와 장기 집권의 유혹이 있었지만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모범을 보였다. 책은 워싱턴의 위대한 결단과 노력 덕에 미국이 세계 역사에서 최초로 시도한 대통령제가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런가 하면 책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통령으로 트럼프를 꼽는다. 트럼프는 여느 대통령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는 규제 완화와 이민 제도 개혁을 주장했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재임하는 동안 양극화와 분열이 극에 달했고 코로나19 팬데믹, 2020년 대선 패배, 1·6 의사당 폭동 등, 갈등과 혼란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적 가치를 경멸하는 태도 때문에 트럼프는 가장 위험한 지도자로 인식된다. 책은 전·현직 대통령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에 근거해 자유롭게 비판한다. 아무리 선거철이라고 하지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게 부러울 따름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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