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법 제23조에 규정된 헌재 심판정족수는 재판관 7명 이상이다. 이달 17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등 재판관 3인의 임기가 한꺼번에 만료된다. 이들의 후임 재판관 임명권은 모두 국회에 있다. 2000년 이후 20년 넘게 지켜진 관례는 여야가 각각 1인을 추천하고 여야 합의로 나머지 1인을 추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2인 추천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후임 임명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민주당은 1994년 당시 야당(민주당·79석) 대비 의석수가 두 배 가까이 많았던 여당(민주자유당·158석)이 김문희·신창언 재판관 등 2명을 추천한 전례가 있음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의도적으로 헌법재판 공전을 초래해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등 정치적 사건의 심리를 늦추려는 목적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송 의원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 기준 헌재에는 탄핵심판 사건 2건, 위헌법률심판 사건 3건, 권한쟁의심판 사건 9건, 헌법소원심판 사건 26건 등 40건의 사건이 계류돼 있다. 올해 4월 중소기업인 305명이 중대재해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단체대화방 사전 검열 절차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성폭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등 헌재의 신속한 판단이 국민 후생과 직결된 사건이 대다수다. 지성우 한국헌법학회장은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의 헌법기관은 대통령의 국가 유지·운영이 원활하도록 짜여야 한다”며 “다수당 뜻대로 하겠다는 건 상호 관용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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