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매출 30억원 미만이 지속돼 올해 관리종목 편입 유예 기간(5년)이 끝나는 코스닥시장 상장 바이오 기업은 총 8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곳은 거래가 정지됐고 6곳은 주식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법인세 비용 차감 전 당기순손실’(법차손)이 발생하거나 매출 30억원 미만 혹은 자본잠식률 50% 초과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올해 법차손 요건에 걸려 관리종목 편입 유예 기간(3년)이 끝나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은 총 3곳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05년 기술기업 상장을 돕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20년 전 틀이 바뀌지 않다 보니 혁신 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차손 요건은 신약 개발이 진척돼 연구개발(R&D)과 임상이 진행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분야 기술평가 특례상장 기업의 83%가 법차손 요건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조완석 더올회계법인 대표는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한국에선 R&D를 하면 할수록 경영 리스크가 커진다”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지적했다.
매출 요건의 경우 기업이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쓸데없는 인수합병(M&A)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다수의 신약 개발 기업은 매출 요건을 맞추느라 제빵·화장품·건강기능식품·손세정제 회사 등 엉뚱한 기업을 인수했다. 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미국·유럽 기업과 경쟁하려면 10년간 한 우물을 파도 모자란데, 국내 상장 규정은 신약 개발 본업에 집중하기 어렵게 돼 있어 결국 ‘불량 기업’만 생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법차손 산정 시 R&D의 자산화 범위를 확대하고 매출액 요건도 완화해줄 것을 수차례 금융감독원에 건의했지만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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