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판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한국 대학이 세계적 대학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유혁 고려대 연구부총장 겸 AI연구센터장이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구도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어떤 AI를 개발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장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네트워크 가상화’를 개발해 세계적 원천 기술을 획득한 과학자다.
그는 AI 시대에 교육 분야 혁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처럼 문제 풀이를 해오라는 식의 숙제를 내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교수법을 찾아야 새로운 시대에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 부총장은 “공학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루트를 계산하지 말라던 교수님도 있었지만 소용없는 시도였다”며 “챗GPT를 쓰면서도 학생들이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연습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이미 AI 활용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일단 이번 학기에는 학생의 질문을 받을 수 있는 AI 조교를 개발하고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통해 강의 내용을 충분히 가르쳐서 질문에 답해주는 식이다. 내년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유 부총장은 “질문에 대답해줄 만한 실력이 있는 조교를 확보하기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AI 조교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려대는 산학협력을 위해 KT와 AI공동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유 부총장이 센터장을 맡았다. 총 15개 분야 공동 과제 가운데 중점을 두는 것은 특정 산업 영역에 효과적인 LLM인 ‘한국형 버티컬 소규모언어모델(SLM)’을 개발하는 일이다. 유 부총장은 “기존 빅테크가 만든 AI가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대답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한국 역사, 문화, 언어 등을 학습시켜 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AI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중요하게 봤다. 유 부총장은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재료를 썼는지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떤 데이터를 썼는지에 따라 다양한 편견이 AI에 반영될 수 있는 만큼 세계적 합의를 거쳐 학습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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