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유권자가 같은 답변을 한 비율은 33%에 그쳤지만 이쪽 진영도 과열 양상인 건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트럼프를 과녁 중앙에 놓아야 할 때”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각종 음모론도 확산하고 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백악관이 지난달 상륙한 허리케인 헐린의 경로를 인위적으로 바꿔 민주당 우세지역을 피해 가게 했다는 루머와 관련해 “그들은 날씨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장단을 맞췄다.
미국 언론에서는 “내전 수준의 정치 분열”(뉴욕타임스)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내전’이라는 단어는 이제 미국에서 공공연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서부연합군과 연방정부군 간 충돌을 그린 영화 ‘시빌워’가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일부 주는 불법이민 문제 등을 두고 연방정부와 팽팽한 긴장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텍사스주정부가 지난 1월 주방위군을 동원해 국경순찰대의 접근을 막은 채 미국·멕시코 국경을 봉쇄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국경 봉쇄는 불법이라며 소송을 냈고, 텍사스주는 연방정부가 이행하지 않은 국가 방어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 민주주의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제1 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하고, 여당 국회의원도 괴한의 공격을 받은 한국에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기만 없을 뿐이지 정치권의 증오와 불신은 미국 못지않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이런 미국과 한국의 상황을 보며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분열하면 공산전체주의 세력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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