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그랬다. 이 회사 지난해 매출은 29조65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6% 늘었다. 정 회장이 취임하기 전 해인 2019년(17조2788억원)과 비교하면 71.6% 증가했다. 건설 불황으로 신음하는 경쟁 업체들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은 덕분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 사업 일부를 수주하는 등 중동과 남미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도로·항만 등 그동안 잘한 사업뿐 아니라 전기차,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등 향후 신규 발주가 쏟아질 미래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지난해 10월 네옴시티 현장을 찾은 것은 물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여러 차례 회동하는 등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준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한동안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현대로템도 다시 태어나고 있다. K-2전차와 고속철을 잇따라 해외에 내다팔며 지난 2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벽을 넘어섰다. 이 현장에도 정 회장이 있었다. 지난해 9월 폴란드를 찾아 방산 수출 세일즈에 힘을 보탠 것. 현대로템 매출은 정 회장 취임 전인 2019년 2조4593억원에서 지난해 3조5874억원으로 45.8% 확대됐다. 2019년 2799억원 적자이던 수익 구조도 지난해 21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성장세로 따지면 현대글로비스도 만만치 않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7조644억원)과 영업이익(4393억원)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7.3%와 14.2% 증가했다. 단순히 현대차와 기아의 수출이 늘어서만은 아니다. 올 들어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 물량을 뚫는 등 신규 고객을 확보한 덕분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30년까지 9조원을 투자해 지난해 25조원이던 매출을 40조원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실적이 부진한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방문해 저탄소 철강재 개발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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