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전쟁인데 무슨 잔치"…'채식주의자' 번역가 조용한 동의

입력 2024-10-14 06:52   수정 2024-10-14 06:58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인물로 꼽히는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36)가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한강의 발언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스미스는 1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의 영문 기사를 공유하면서 기사 속 일부 문장을 별다른 부연 없이 인용했다. 스미스가 언급한 문장은 "전쟁이 치열해서 사람들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란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다" 등 세 문장이었다.

이는 앞서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딸 한강의 의지를 전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한승원은 이날 전남 장흥군 자택을 찾은 기자들이 "(한강의) 수상 기념으로 잔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강이가 한사코 말렸다"며 "양쪽(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큰 전쟁이 일어났는데 즐기면 되겠는냐면서, 세계적인 지식인으로 커버린 거 같다"고 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의 번역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6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고, 한강의 작품을 세계적으로 알린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런던대 동양 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고 영국에서 '채식주의자'의 매력을 먼저 알아보고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입에도 이목이 쏠렸다.

스미스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예원과 공동 번역한 페이지 모리스가 지난 11일 올린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스미스가 공유한 모리스의 글은 "노벨 문학상에 대한 대화의 전면에 번역가를 내세워 준 언론인들에게 감사한다"며 "하지만 번역가들에게 연락할 때 기본적 공감과 존중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스미스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조용한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그가 공동 설립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특화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한강의 수상을 축하한다"며 "또한 우리는 영어권에 그의 작품을 가져온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와 이예원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이번 수상은 번역 문학과 독립 출판에 대한 거대한 승리"라며 "노벨상에 관한 친절한 말씀들에 감사한다"고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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