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포비아' 등 이유로 우리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미국과 대만, 홍콩은 각각 20% 넘게 상승했고, 인도와 일본과 중국도 15% 이상 올랐습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도 8.6% 상승했는데 코스피는 되레 2.8%, 코스닥은 11.5%나 하락했습니다.
많은 국가 증시가 우상향 랠리를 펼치고 주변 국가들도 10년 최고점을 갱신하는 등 호황을 누리는 중이지만 유독 우리 증시만 땅굴을 파면서 1400만 투자자가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투세 이슈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금투세 시행 움직임에 실망 매물이 급증하고 해외 증시와 부동산으로의 자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제2의 부동산 폭등을 우려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스피도 문제지만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거래량 급감으로 고사 상태 일보 직전인데요. 자칫하다가 체력 약한 중소기업들의 위기와 퇴출마저 걱정되는 시점입니다.
금투세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지적했듯 우리나라 주식시장 수준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대만, 싱가포르보다 열위입니다. 위 국가 중 금투세 시행국가는 없습니다.
금투세 시행 또는 유예는 '큰 손' 이탈로 단기 폭락 후 장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농어촌특별세 유지로 이중과세 문제점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명 '단타' 성향이 높은 편인데 거래세 인하와 폐지 땐 장기투자 문화 훼손, 외국계 증권사 등에 의한 단타 경연장이 우려됩니다. 무엇보다 매력이 없는 국장을 떠나 해외로 자금이 유출되면 외환시장 불안정에 의한 실물경제 타격도 불가피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중소기업이 위험에 노출되며 국민연금 투자자산 손실로 연금 고갈이 앞당겨지고 주식시장 불황으로 자영업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문자 문맹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만 금융 문맹은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주요 국가 중 청소년 금융이해력 지수는 낙제점 이하인 46.8점으로 꼴찌에서 2등입니다. "글을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맹보다 더 무섭다"고 세계적인 석학 앨런 그린스펀이 말했는데요. 이런 환경 하에서 초격차 선진국만 시행하는 금투세는 일단 폐지 후 선진 환경으로 발돋움한 다음 사회적 논의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최근 암울한 보도가 있었는데요. 700만명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떠났고 연말에는 1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이러다가 다 죽어'라는 대사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주식시장이 망하면 모든 경제 주체도 함께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먹사니즘'에 부합하는 것은 금투세 폐지입니다. 금투세 폐지는 15년 이상 지속 중인 지긋지긋한 박스피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굴레에서 벗어나는 현시점의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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