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관해 묻는 차규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질의에 대답하기 전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가 요청한 슬라이드는 교육부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이 한은이 제안한 '지역비례 선발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을 정리한 화면이다. 서울대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 고려대는 "시기상조", 연세대는 "검토한 바 없다"고 답변했고, 교육부는 "다양성 확보를 보장하는 유의미한 방안이 될 수 있으나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발짝 물러났다.
이 총재는 이 화면을 보면서 "서울대 답변을 보면 '모든 모집단위에서 할당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데 (이것은) 학과별로 뽑으면 지역별로 못한다는 얘기"라며 "전체의 80%를 할당한다고 하면 모집단위를 유지하면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현재 학과 단위로 선발하는 모집단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총재는 "고등학교 3학년이 어떻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겠냐"며 "(학과별 모집은) 교수들이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집단위를 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주포럼에서도 교수 기득권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 신산업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며 "(산업 전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의 인재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교수들은 자기 학생 TO(정원)는 놓치기 싫고, 그러니까 수요가 많은 쪽에 학생들이 가는 게 아니라 교수들의 숫자대로 (학과 정원이) 잡혀 있다"고 짚었다.
"시기상조"라도 답한 고려대에 대해서도 "학교 추천전형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20%밖에 뽑지 않는다"며 "지방학생 비율이 80%인 것에 비추어보면 적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전세계 어느 대학도 한 지역에 있는 사람만 뽑지 않는다"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면에서 '지역 비례 선발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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