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통화정책 차별화가 본격화되면서 한미 금리차만 역전된 상황이 나타날 경우 과거와 다르게 금융시장이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포인트의 한미 금리차를 글로벌 금융시장이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최은석 국민의힘 국회의원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최 의원은 이날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벌어졌음에도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지 않고, 환율도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포인트의 역전이 발생했을 때는 미국의 긴축이 계속되면서 전세계 공통적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지금은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서 각 나라가 다른 통화정책을 하고 있는 만큼 해석을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한국에서만 두드러질 경우를 우려했다. 이 총재는 "(미국과의 금리 차가) 우리만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금융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 금리차의 의미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 총재의 답변은 그간 "외환시장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며 의미 부여를 경계하던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다. 글로벌 통화정책의 차별화가 시작되는만큼 더 유의해서 지켜봐야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다. 지난달 미국이 빅컷(금리 0.5%포인트)을 단행하면서 1.50%포인트로 좁혀졌다가 지난 11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1.75%포인트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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