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국고에 기댄 ‘가짜 흑자’…지원금 빼면 8년간 58조원 적자

입력 2024-10-14 17:39   수정 2024-10-15 19:36


올들어 7월까지 병·의원에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가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면서 이미 4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조원 가량의 국고 지원을 포함해도 적자 규모는 9000억원에 육박했다.

14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재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보험료 수입은 48조7496억원, 보험급여비는 53조1040억원으로 둘의 차이인 보험료 수지는 4조3544억원을 기록했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소득의 7.09%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걷은 것만으론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매년 예상 건보료 수입의 13~14%에 달하는 정부 지원과 적립금 운용 수입 등을 더한 건보 수입은 53조5652억원이다. 같은 시점에 관리운영비 등을 합친 건보 지출은 54조4292억원으로 863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총 11조원에 달하는 국고 지원이 이뤄질 경우 총 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한해 10조원이 넘는 국고 지원에 의존한 흑자란 점에서 '가짜 흑자'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건보에 대한 국고 지원은 2007년 한시 조항으로 도입됐으나 4차례 일몰 연장으로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3000만명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소득의 7%가 넘는 보험료를 걷으면서도 건보는 국고 지원을 빼면 매년 조단위 적자를 보고 있다.

건보 공단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건보 적자 보전에 투입된 국고 지원만 69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중 건보 재정 수지는 11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국고 지원을 빼면 58조원 적자다. 건보 제도 자체만으론 지속가능성이 없는 제도란 의미다.

김미애 의원은 "건강보험 재정수지 산정 시 정부지원금을 수입에 포함시키고 있어 실질적인 재정수지를 파악하는 데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흑자라는 인식은 국민세금을 가볍게 여기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방향을 추진하더라도 정부 지원금은 납세자의 혈세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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