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적장이 K콘텐츠 둥지로…"스튜디오 가동률 100%"

입력 2024-10-14 17:21   수정 2024-10-14 17:22


#검은 앞치마를 입은 요리사 40명이 2838㎡(약 860평)의 실내 공간에서 동시에 요리 경연을 펼친다. 한쪽 조리대에선 대게를 찌고 그 반대편에선 고기를 삶는다. 실내 공간이지만 연기와 냄새는 곧바로 사라진다. 15m 층고의 탁 트인 천장 구조와 지상 1.5m 높이에 설치된 에어컨 덕에 환기가 원활해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첫 회 장면이다. 요리사들의 화려한 기술과 압도적인 스튜디오 규모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4주 연속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실내 대형 세트장 연출을 가능하게 한 건 레미콘·건자재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유진그룹이다.
○레미콘 회사의 신성장 엔진
흑백요리사 전 분량이 촬영된 스튜디오 유지니아는 유진그룹의 건설 계열사 동양이 지난해 11월 경기 파주시 야당동에 준공한 대형 멀티 스튜디오 단지다.

유진그룹은 야적장으로 사용되던 부지를 연면적 1만3343㎡(약 4000평) 규모의 최신 영상 촬영 장소로 탈바꿈했다. 국내 기업이 공유(임대)형으로 운영하는 스튜디오 가운데 최대 규모로, 스튜디오 4개 동과 운영·지원동으로 구성됐다. 아파트, 골프장 등 여러 사업 후보와 저울질한 끝에 스튜디오 건립을 최종 낙점한 건 콘텐츠산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영상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8년 26조2813억원에서 지난해 32조7716억원으로 24.7% 커졌다. 같은 기간 영상 콘텐츠 수출액은 7억7124만달러(약 1조423억원)에서 9억9717만달러(약 1조3477억원)로 29.3% 늘었다. 유튜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 플랫폼이 약진하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K열풍과 맞물려 국내 영상콘텐츠 제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 플랫폼은 현지화 전략을 쓰며 흑백요리사 같은 국내 오리지널 작품 제작을 늘리고 있다. 유지니아 스튜디오 4개 동 모두 개관 이후 지난 1년간 가동률 100%를 유지한 이유다.
○K콘텐츠 붐에 스튜디오 ‘풀가동’
OTT 플랫·영상 제작사들은 통상적으로 3개월, 6개월 등 기간을 정해놓고 스튜디오 임차 계약을 맺는다. 업계에선 흑백요리사 제작사가 촬영 기간(3개월) 스튜디오 대관 비용으로만 3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한다. 유지니아의 모든 스튜디오 촬영 일정은 내년 초까지 빽빽이 차 있다.

유진그룹에 앞서 스튜디오 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CJ ENM이다. 2022년 7월 파주 탄현면에 연면적 3만7407㎡ 규모의 스튜디오 단지를 준공했다. 개관 이후 13개 스튜디오가 풀가동되고 있다.

스튜디오 단지는 관광 상품으로도 주목받는다. 2017년 문을 연 대전스튜디오큐브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전시는 지역 브랜드 홍보,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고 운영사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토지를 30년간 무상 임대했다. 파주시도 스튜디오들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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