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를 타고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를 가는 시대가 열렸다. 제주항공이 오는 27일부터 인천에서 출발하는 발리 노선을 LCC 최초로 취항하는데 이어 사흘 후인 30일 에어부산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발리 노선을 띄운다.
국내 항공업계의 ‘치킨 게임’이 치열해지고 있다. LCC가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인도네시아 발리 노선에 취항하는 등 영역을 침범하자, 대한항공은 더블린 등 그동안 취항 항공사가 없는 미개척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고 있다. 대한항공조차 영업이익이 악화될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마다 공격 경영에 나서는 터라 조만간 본격적인 적자생존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동계 스케줄이 시작되는 오는 27일에 맞춰 일제히 취항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1일 인천~리스본 노선에 주 3회 신규 취항했다. 이어 27일에는 인천 출발 나트랑·타이중·라스베이거스 노선을, 12월엔 인천~푸꾸옥 노선을 증편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7일부터 인천~카이로 노선에 주 2회 취항하고, 11월엔 인천~구마모토(주 3회), 12월 인천~아사히카와(주 4회)를 노선을 새롭게 연다. 대신 청두, 이스탄불, 런던 등 노선은 줄여가기로 했다.
LCC들도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발리 노선뿐 아니라 오는 16일부터 바탐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약 7시간 비행시간이 소요되는 인도네시아 발리·바탐 노선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독점해왔다. 수요는 많았지만 공급이 적어 표값은 100만원이 훌쩍 넘었다. LCC 취항 소식 후 가격은 대폭 낮아지고 있다. 에어부산은 부산~발리 노선 특가를 편도 24만원대부터 판매 중이다. 30일부터 첫 취항하는 부산~발리 첫 운항편(BX601)은 예약률이 이미 100%에 임박했다.
티웨이항공은 LCC 중 유일하게 올해부터 유럽 5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유럽 4개(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했다. 진에어는 12월 인천~타이중 노선을, 이스타항공은 부산~구마모토·오키나와·치앙마이 노선을 띄운다. 미국 노선을 운항 중인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1월부터 홍콩·다낭 노선에 취항한다.
실적 악화의 원인은 고환율·고유가 등 영향도 있지만, 항공사들이 보복 여행 수요 증가로 실적이 좋았을 때 채용과 기재 구매를 대규모로 늘린 탓도 있다. 항공사들은 투자한 기재와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취항 노선을 늘리는 상황이다. 이들 신규 노선은 취항 항공사가 제한적이거나 경쟁에 덜 노출돼 있는 독보적 노선이라는 게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내년초 더블린·코펜하겐·아테네 등 유럽 신규 노선 취항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항공업계의 큰 변화가 나타났을 때 대비해 LCC들이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항공사가 독점해오던 노선에 LCC가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며 “LCC들은 중장거리 운항 경험을 쌓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정리되는 노선을 가져가는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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