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위기 때마다 등판…스타덤에 오른 '재무관'

입력 2024-10-14 18:34   수정 2024-10-15 00:49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국제금융·통화 외교를 맡는 차관급 직책이다. 일본에선 ‘통화 마피아’로 불린다. 주요국 담당자와의 협상이 주요 업무다. 환율 개입을 주도할 때마다 명성을 얻는다.

재무관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85년 미국과 일본, 유럽이 달러 강세에 대응하는 정책 공조에 합의한 ‘플라자 합의’ 때부터다. 미국이 달러 약세 유도를 요청하면서 각국이 환율 개입에 나섰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240엔에서 1년 만에 150엔으로 떨어지며 급격히 엔고로 돌아섰다. 당시 오바 도모미쓰 재무관은 일본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관은 1997~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따른 엔화 약세 때 엔 매수 개입을 주도했다. 엔화 매도 개입까지 관여하며 ‘미스터 엔’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화려한 언행의 사카키바라 전 재무관은 일거수일투족이 외환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기 정권에서 일본은행 총재를 뽑을 때 ‘통화 마피아’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재무관 출신인 구로다 하루히코를 총재로 지명했다.

지난 7월 말 퇴임한 간다 마사토 전 재무관도 2022년 9월부터 24년 만의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서 이름을 알렸다. 그해 10월 개입 규모는 5조6000억엔으로, 당시까지 하루 기준 역대 최대였다. 간다 전 재무관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후보에 올라 있다. 역대 ADB 총재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주요 국가에도 재무관에 해당하는 직책이 있다. 미국에선 국제금융담당 재무차관이다. 그러나 일본만큼 이 자리에 있는 인물이 유명세를 치르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그 이름조차 모른다. 일본만큼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로런스 서머스와 존 테일러가 국제금융담당 재무차관을 맡았을 때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국제 금융위기 대응 등에 따른 것이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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