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처럼 건설부터 운영, 해체까지 원전의 전주기 사업을 하는 경쟁력 있는 회사가 (우리나라엔) 없다.”(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14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전을 수입하고 싶은 나라들이 한전과 한수원 중 어디에 문의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한다”고 질문하자 기관장들이 경쟁하듯 이렇게 답변했다. 한전과 한수원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창구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의 국가와 경쟁해 24조원에 달하는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하자마자 국민 앞에서 ‘원전 밥그릇’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더군다나 거대 야당은 “퍼줄 것 다 퍼주고 뺏길 것 다 뺏긴 쪽박 난 사업”이라는 정치 공세로 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상황이다. 공기업 수장들이 ‘단일대오’를 유지해도 모자랄 판인데 해묵은 밥그릇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원전 수출 체계 일원화를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 사이의 갈등은 2001년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한수원이 한전의 100% 자회사로 분리된 이후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수출에 성공하자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는 한전에 원전수출본부를 신설하고 원전 수주 기능을 한전 중심으로 일원화했다. 그런데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원전 수출 기능은 다시 한전과 한수원으로 이원화됐다. 한전이 해외사업 경험과 비즈니스 역량에서 앞서지만 기술 역량은 한수원이 한발 앞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형 원전의 노형변화 필요성이 적은 국가는 한전이, 노형설계 변경 등 기술적 요인이 필요한 국가는 한수원이 수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르마를 탔다.
정부의 이런 오락가락 정책은 문제가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원전 수주가 사실상의 ‘국가 대항전’”이라며 창구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단순한 업무 일원화가 두 기관의 ‘시너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역사의 교훈이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에서 건설을 계획 중인 원전 수가 344개에 달한다. 다가오는 원전 르네상스를 한국이 누리기 위해선 어떻게 ‘원팀’을 이룰 수 있을지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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