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모두 4조7700억원이다. 주당 89만원에 최대 414만 주(약 20%)를 사들이기 위해 마련한 실탄이다. 이 중 고려아연 몫은 3조2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1조원가량을 메리츠금융그룹 등에서 빌렸다. 기존 부채와 합산하면 매년 내는 이자 비용만 44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기존 제련업과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2차전지소재·자원순환)에 2030년까지 15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서 비롯된다. 아무리 돈을 잘 버는 고려아연이라 해도 감당하기 힘든 규모여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영업이익 7073억원을 올렸다. 결국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MBK는 투자금에 자사주 매입금, 차입비용, 배당금 등을 합치면 2030년 부채비율이 244.7%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6년 동안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을 다시 20%대로 끌어내리려면 영업이익을 전량 차입금을 갚는 데 쓸 정도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과 손잡은 대기업들도 미래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5063억원을 들여 니켈 제련소 건립에 들어갔다. 한화그룹과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구체 사업을 함께하는 파트너다. 고려아연의 살림이 팍팍해져 신사업 투자를 축소할 경우 파트너들과 벌이는 미래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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