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반도체주들이 주춤한 사이 금융주(株)와 바이오주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금리인하기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를 뒷받침한 덕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금융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6% 오른 491.43에 거래를 마치면서 최근 1년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일제히 급등세를 탄 종이목재주를 제외하면 가장 가파르게 올랐다.
KB금융(6.46%)은 전날에만 6.46% 상승했다. KB금융은 전날 장중 7.89%까지 오른 9만85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썼다. 종가(9만7200원)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날 전체 종목 중 KB금융(675억원)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은 최근 7거래일간 주가가 20% 이상 뛰었다. 하나금융지주(4.59%, 214억원), 우리금융지주(3.96%, 284억원) 등에도 전날 하루에만 외국인 매수세 대거 몰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5거래일간 금융 업종을 5240억원 순매수했다. 은행주 역시 지난 한 주 5.2% 뛰면서 코스피 상승률(1.1%)을 약 5배 넘어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반도체를 팔고 금융주로 빠르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3일 이후 전날까지 총 24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지난 12일까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총 10조659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주 3년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선회)에 나서면서 금리인하기에 돌입해 당초 금융·은행주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내수 부진 및 경기 둔화 우려에 시중 금리가 되레 강세를 나타내면서 주가의 하방 압력을 방어했다.
이에 더해 미국 은행주들이 3분기 일제히 깜짝 실적을 발표한 것이 투심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의 실적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은행 종목이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면서 하루에만 JP모건 주가가 4.44%, 웰스파고가 5.61%,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95% 뛰어올랐다.
여기에 금융주는 '밸류업 기대감'이 살아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그동안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된 가운데 이들 기업은 다음주 나오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추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뉴욕증시에서 JP모건, 웰스파고 등이 시장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금융주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국내 금융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주 외에 올 4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큰 바이오주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금리인하기엔 유동성이 풀리면서 바이오주들에 자금조달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다. 제약바이오는 다른 업종 대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금리가 하락할수록 자금조달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대감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1.17% 오른 103만6000원에 장을 마치면서 재차 '황제주'(주당가액 100만원)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가는 지난달 27일 장중 도달한 110만9000원이다.
특히 미국의 생물보안법이 올해 통과될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등 미국과 무역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는 바이오 기업들과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으로 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이 최근 시장에서 뚜렷한 강세를 나타내며 주도주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금리인하 수혜와 함께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 주가 모멘텀 등이 지속되고 있어 단기적인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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