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값으로 수백억 빌딩의 주인이 되세요.” 리츠(REITs) 투자를 언급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문구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런 문구를 처음 접한다면 분명 혹할 수도 있다. 리츠가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결국 부동산에 자금을 투입하고 임대수익을 배당한다는 점에서 개념적으로 틀린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주식 투자를 단 몇 주 보유만으로 상장 기업을 소유한다는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듯이, 리츠 투자 또한 부동산이라는 실물자산에 오롯이 투자하는 것과 체감상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리츠에 투자할 때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 자산은 물론, 부동산 직접투자와도 엄연히 다른 별개의 ‘위험·수익 프로파일’을 지닌 금융 상품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금리에 민감한 리츠, 투자 심리 개선
상장 리츠는 주식과 같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거래된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접근 편의성과 언제든지 매매가 가능하다는 높은 유동성에 대한 반대 급부로 투자자들은 그만큼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다.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가격 때문에 벌써부터 실물자산 보유가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안정감은 포기해야만 한다. 더욱이 리츠는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실물자산 대비 수급과 심리가 가격을 좌우하는 빈도가 잦으며, 이는 리츠에 대한 장기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현시점에서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리츠 투자에 임해야 할까.
지난 9월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중앙은행(Fed)은 2022년 3월 이후 지속해 온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0.5%포인트 ‘빅컷(big cut)’을 단행함으로써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 부동산 자산 매입에 레버리지 활용이 불가피한 리츠는 그 속성상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시에 특히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 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 중 하나다. 2023년 10월 한때 8%에 육박했던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Fed의 긴축 완화 기조를 선반영해 약 2년 만에 6% 초반대까지 재차 하락했다. 조달 금리의 하락은 향후 리츠의 수익성 개선 및 배당 확대, 리츠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리츠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모지기은행협회(MBA)에 따르면 2024년 9월 말 기준 모기지 신청 건수는 최근 2~3개월 동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위한 리파이낸싱 수요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약 2년 반에 걸친 고강도 글로벌 긴축이 초래한 리츠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주목해야 할 때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이자 비용은 부동산 자산 수요 축소와 함께 리츠의 가격 하락을 야기했던 주된 요인이었는데, 앞으로 이러한 악재들이 하나씩 해소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츠의 가격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리츠보다 리츠 ETF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Fed가 장기간 긴축 사이클을 종료한 데는 Fed의 ‘양대 책무(dual mandates)’ 중 하나인 물가 안정이라는 과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판단한 부분이 크다. 최근 실업률 상승에 따른 고용 시장 불안이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여타 다수의 경기 지표는 아직까지는 미국 경제가 침체와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9월 FOMC 직후 발표된 경제전망요약(SEP) 및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물가가 통제되는 가운데 지속되는 온건한 경기 확장 추세는 이미 지난해 이후 주식·채권 시장에서 목도되고 있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이 리츠 부문에서도 연출될 수 있음을 가늠케 한다.
통상 경기 국면상 리츠 가격은 경기 확장기 및 이후 안정기를 거치는 동안 실물 지표 회복이 확인되고 난 이후에 본격적인 상승 탄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를 미리 선반영하는 주식과는 궤를 달리 한다. 실제 이러한 리츠의 경기후행적 속성으로 인해 지난 2년 반 동안 리츠는 미국 증시 전반의 성과에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어오는 온기와 함께 향후 이러한 흐름의 반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자산 가격을 억눌렀던 금리의 추세적 하락, 그리고 한동안 침체를 겪었던 부동산 투자의 점진적인 회복은 향후 우호적인 경기 상황과 맞물려 실물 부동산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리츠를 위한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리츠는 투자 대상 혹은 편입 자산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 그중 자산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 모기지 리츠를 제외하더라도, 실물자산 투자를 기준으로 볼 때 오피스, 리테일, 주거, 물류부터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헬스케어,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무려 12개에 달한다. 단위 거래 규모가 큰 부동산의 특성상 개별 리츠의 편입 물건 개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일 또는 소수의 부동산 물건과 섹터가 지니는 고유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특히 일반 투자자의 제한적인 분석 능력이나 부동산 시장이 지닌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매크로 환경과 시장 수요에 따라 섹터별로 상이한 가격 흐름을 보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올해만 해도 리츠는 유형별로 천차만별의 성과를 기록 중인데, 여타 자산군이 그렇듯 리츠 또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이러한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펀드 내 다수의 리츠를 편입해 분산을 추구하는 리츠 ETF는 특정 자산이나 섹터에만 투자함으로써 높아질 수 있는 ‘집중위험(concentration risk)’을 분산할 수 있고, 시장 환경 및 업황 변화에 따른 특정 물건의 공실률 상승이나 임대료 하락, 그로 인한 운영 리스크 점증 및 자산 가치 하락과 같은 복잡다단한 개별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
상장 리츠 부족한 국내 리츠 시장
다만 리츠 ETF의 이러한 분산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업종 전반에 적용되는 위험 요인들을 회피하는 것은 쉽지 않아 주의를 요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을 목표하거나, 고확신의 영역에 있는 특정 섹터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경우, 리츠 ETF는 적절한 투자 수단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 리츠는 미국 리츠와는 다를까. 글로벌 긴축 완화 기조는 한국 리츠에도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리츠 자산 중 약 60%를 차지하는 미국 리츠의 반등이 시장 전반의 추세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러한 반등 논리에 한국 리츠가 소외될 이유는 없다. 지난 10월 11일 한국은행 또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행보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무려 38개월간 지속해 온 긴축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높은 조달 금리로 고전해 온 한국 리츠 시장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부쩍 잡음이 커진 해외 부동산과 비교해 국내, 특히 서울 및 수도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가격 측면에서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수년간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던 물류센터의 경우에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및 소비 행태 변화로 예상보다 빨리 수급 균형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장 리츠만 놓고 볼 때, 한국 리츠는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좁은 문이라는 것이 제약으로 꼽힌다. 국내 리츠 시장은 전체 시장 규모가 1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상장 리츠 수는 총 24개에 불과해 전체 리츠 384개 중 6% 초반에 지나지 않을 만큼 현재 시장은 ‘비상장 사모리츠’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200여 개 리츠 종목이 상장돼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서도 그 수는 절대적으로 적고 시가총액을 봐도 미국의 20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선택지가 좁다는 것은 그만큼 일부 리츠에서 발생 가능한 이벤트가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삼성FN리츠, 롯데리츠, 한화리츠 등 일부 리츠가 추진 중인 유상증자로 인해 상장 리츠 주가 전반이 단기 조정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포트폴리오 내 리츠 비중 30% 이내로
리츠 혹은 리츠 ETF의 역할을 논할 때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높은 수준의 정기·비정기 배당이 창출하는 현금흐름이다.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하는 리츠는 고배당주, 채권 등과 함께 대표적인 인컴형 자산으로 꼽힌다. 금리 하락의 수혜가 예상되는 것도, 대부분의 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외부 성장을 위해서는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필수불가결한 리츠의 속성이 반영되는 결과다. 따라서 이자 비용 감소는 리츠의 자산 가치 개선 및 배당 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고금리 시대가 저물고 향후 배당의 희소성이 부각될수록 투자자의 안정적인 인컴 니즈를 충족하는 일차적인 혜택, 그리고 이에 더해 배당이 가져다주는 포트폴리오 내 하방 방어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리츠 ETF의 기초자산인 부동산은 대체자산 중 하나로서 주로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체로 전통자산과 낮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고 위험조정수익률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분석 자료를 통해 입증된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완만한 인플레이션 환경 아래 실물 부동산의 가치는 건축비, 자재비 등 대체 비용의 상승과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임대료도 물가에 연동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인플레이션이 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여타 금융 자산과 결을 달리한다. 부동산을 편입하는 리츠 ETF도 다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역할들을 감안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어느 수준으로 가져가느냐일 것이다. 투자 목적 및 성향에 따라 비중을 달리할 수 있겠지만, 보편적 자산 배분 전략 관점에서 대체자산군으로서 리츠 자산은 전체 포트폴리오 내 최대 3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모리츠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올해 2월부터 시행 중인 ‘리츠-배당확대법’,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리츠 활성화 방안’ 등 국내 리츠 관련 정책적 투자 유인들은 국내 공모 리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일련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힘입어 국내 상장 리츠에 대한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배당 수익 측면에서 평균 연 7% 수준을 지급하는 국내 리츠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국내 리츠 ETF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다만, 협소한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의 규모는 제약으로 다가온다.
투자자에 따라 투자 목적과 니즈, 세금 등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보다 안정적인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리츠 시장으로 좀 더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한국과 미국 증시에 상장돼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고 운용 규모와 유동성이 확보된 주요 미국과 한국 리츠에 투자하는 국내외 상장 리츠 ETF 5종을 살펴보기로 한다.
리츠 ETF 어떤 게 있나
Real Estate Select Sector SPDR Fund(XLRE US)는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형 리츠를 주로 편입하는 대표적인 미국 상장 리츠 ETF다. S&P Real Estate Select Sector Index를 추종하며, 부동산 관리, 개발 기업 및 리츠(단, 모기지 리츠 제외)가 주된 투자 대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부동산 섹터 내 종목으로 구성되므로 해당 업종을 대표하는 성격이 짙다. 총 30여 개 종목으로 구성되고, 상위 보유 10개 종목의 비중이 전체의 약 60%로 여타 리츠 ETF 대비 포트폴리오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매분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하며 분배율은 연 3.2% 수준이다.
Vanguard Real Estate Index Fund(VNQ US)는 운용자산(AUM) 기준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상장 리츠 ETF다. 2024년 8월 말 기준 370억 달러(약 50조 원)로 그 규모에 걸맞게 부동산 업종 내 매우 광범위한 분산을 지향한다. 2004년에 상장돼 운용 기간도 20년에 달한다. 약 150여 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리츠 섹터에 걸쳐 포괄적인 비중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장기 관점에서 저비용으로 포트폴리오 내 효율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추구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선호도가 높다. 매분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하며 분배율은 연 3.9% 수준이다.
Kodex미국부동산리츠(H)ETF (352560 KS)는 미국 상장 리츠 및 부동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리츠 ETF다. Dow Jones US Real Estate Index를 추종하는데, 해당 지수는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츠와 부동산 개발·관리·보유·중개 등 관련 기업 60여 개로 구성돼 있다. 지수 구성 종목을 직접 편입하는 완전복제법을 활용하며 원화로 미국 리츠에 대한 노출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환헤지 전략을 통해 달러·원 환율 변동에 따른 환율 위험을 줄였다. 월분배 ETF 상품으로 분배율은 연 3.9% 수준이다.
RISE글로벌리얼티인컴ETF(475380 KS)는 미국에 상장된 최대 상업용 리츠인 Realty Income(O US)과 국내 상장 인프라 펀드인 맥쿼리인프라(088980 KS)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이에 더해 미국 리츠 섹터 중 수익성을 고려한 4개 섹터(창고·데이터센터·조립식 주택·타워)에서 배당 성장성이 높은 2개 종목씩 선별해, 총 10개 종목에 투자하는 월분배 ETF다. 안정적인 인컴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특정 리츠 섹터의 구조적 성장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원화로 해외 자산에 투자하지만 별도의 환헤지 전략을 수행하지 않아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분배율은 연 4.5% 수준이다.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ETF (329200 KS)는 2019년 7월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된 리츠 ETF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상장 리츠 외에도 맥쿼리인프라(088980 KS)를 담고 있다. 상장 당시 제한적인 국내 상장 리츠 수를 감안해 해당 종목을 편입하는 것으로 설계됐는데, 맥쿼리인프라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폭넓게 투자해 안정적인 배당금 수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츠와 높은 유사성을 띤다. ETF는 시가총액 2000억 원 이상의 우량 종목을 선별해 편입하는 것이 특징이며, 올 들어 운용 규모가 5000억 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대표 리츠 ETF로 자리매김했다. 월분배 ETF 상품으로 분배율은 연 7.5% 수준이다.
(이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안용섭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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