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5일 14: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한투자증권의 신용도를 주시하고 있다. 1300억원 규모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운용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AA(안정적)’ 지위를 사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신한투자증권의 신용도를 모니터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한투자증권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책정하고 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내부 직원이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장내 선물 매매를 시도하다 약 13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공시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금융 사고가 단기간에 신한투자증권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과 순이익은 5조4088억원, 2106억원으로 집계됐다. 1300억원대의 잠정 운용손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평가다.
문제는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예상 대비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경우 수익성·재무 건전성 지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 등도 신용평가사들이 꼼꼼하게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융 사고와 관련해 증권사 26곳 대상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이번 사태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증권업 전반에 대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리스크 관리의 수준이 높아지는 환경"이라며 "이번 사고에 따른 최종 손실 인식 규모와 후속 조치 내용,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 등에 대한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내부 통제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신한투자증권의 한 직원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과정에서 10억원가량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책무구조도 제도 마련에 선도적으로 나섰지만 잇따른 금융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 금융사 임원 개개인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한투자증권도 내부 단속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4일 내부 통신망을 통해 사실 관계와 원인 파악을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CEO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데 최우선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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