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70조원(약 476억유로)의 이케아는 싸고 알록달록한 홈 인테리어 제품을 연간 1만개 이상 내놓는 ‘가구 공룡’이다. 국내 가구 브랜드들이 이케아를 견제하는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10만원이 채 안 되는 소파, 의자, 책상, 책꽂이 등은 수십만원~100만원대로 가격을 매긴 국내 가구 브랜드들이 견제할 만 했다. 그런데 이케아가 오랜만에 글로벌 미디어 행사를 연 목적은 “싸지만 품질도 좋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을 1차 초청국으로 불러 본사에 갔는데 그 테스트들이 너무 단순하고 볼품없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자는 이미 시몬스, 에이스 등 국내 침대 브랜드들의 심도 깊은 테스트 과정을 돌아본 터였다. 통나무를 굴리는 실험, 볼링공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매트리스를 받치는 침대 프레임의 서랍장을 여닫는 내구성 실험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고 횟수도 10만번이 넘는 등 엄청났다. 까다로운 한국인 입맛에 맞는 ‘고품질’에 주력해온 국내 브랜드들이 실험 기준을 자체적으로 엄격하게 높인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가격 차이다. 아무리 10만번씩 테스트하며 고품질을 강조하더라도 대중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에이스, 시몬스 매트리스는 주로 300만원 안팎이 잘 팔리지만 주력 신상품은 700만원이 넘는 것도 수두룩하다. 이케아가 싼 건 15만원대부터 비싸야 99만원대라는 걸 감안하면 격차가 크다. 중간쯤인 30만원대와 비교하더라도 국내 브랜드의 10분의1 가격이면 살 수 있는 셈이다.
과연 까탈스러운 한국 소비자의 선택은 어딜 향할까. ‘통나무 굴리기 테스트를 5만번씩 한 30만~50만원대 매트리스’와 ‘10만번씩 하고 다른 테스트까지 다 통과한 300만~500만원대 매트리스’ 중 뭐가 더 대중의 입맛에 맞을까?
근검절약했던 고(故)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창립자는 ‘고품질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걸 회사의 목표로 정했다. 방점은 가격. 모두가 더 나은 일상을 누려야 한다는 신념에서였다. 1976년 그가 쓴 <가구판매상의 유언장>에는 “모든 디자이너가 5000크로나(약 65만원)짜리 책상을 디자인할 순 있지만 숙련된 사람만이 100크로나(약 13000원)짜리 훌륭하고 실용적인 책상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했다. 1000원짜리 인테리어 소품, 10만원대 의자와 소파, 30만원대 매트리스를 이케아가 고집하는 이유다.
과연 이케아의 저가 매트리스 확대 전략을 계기로 국내 매트리스 브랜드들이 가격을 낮출지도 궁금해진다. “매트리스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소비자들의 그간 불만은 가격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2017년보다 매트리스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린 국내 브랜드들에 이케아가 ‘충격요법’이 될지, 아무리 싸도 침대만큼은 고품질을 고집하는 한국인들이 이케아를 외면할지 지켜봐야겠다.
엘름훌트=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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