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문학' 노벨상 수락연설…한강, 스웨덴서 무슨 이야기할까

입력 2024-10-15 18:25   수정 2024-10-16 00:31

생애 단 한 번 주어지는 영광의 기회,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은 또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여겨진다. 수상자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리는 수상 소감 연설 겸 강연에서 자신의 문학 세계 전반을 비롯해 사회와 문학의 관계, 세계 문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 앞으로 문학이 나아갈 방향 등을 발표한다. “수상자들이 작품을 쓰는 것보다 더 공들여 연설문을 쓴다” 혹은 “귀로 듣는 문학”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노벨문학상 수락 연설문만 모아 출간한 책도 있다.

15일 출판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사진)가 두문불출하면서 오는 12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강은 지난 11일 출판사를 통해 110자 분량의 짤막한 서면 수상 소감만 공개했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수락 연설을 통해 작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로 감동을 줬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자신에게 문학의 길을 열어준 이가 아버지였음을 깨닫는 과정을 ‘아버지의 여행가방’이란 소재로 풀어냈다. 그의 아버지는 평생 시인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하고 여행가방 속에 원고 뭉치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20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윌리엄 포크너는 1949년 12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만찬에서 발표한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는 인간의 종말을 믿지 않습니다. 사랑과 희생, 인내가 가능한 영혼과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의, 작가의 임무는 바로 이런 것들에 대해 쓰는 것입니다.”

시나 소설 등의 형태로 연설한 수상자도 있다. 1993년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연설은 마치 한 편의 산문시와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옛날 옛적에 한 노파가 살고 있었습니다”란 민담의 한 구절로 시작하는 이 연설은 노파와 젊은이 간 대화를 통해 언어의 중요성과 문학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모리슨이 이 연설을 마쳤을 당시 모든 청중이 기립 박수를 보낸 바 있다.

오는 12월 한강의 연설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상 이후 부친인 한승원 작가를 통해 “전쟁에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냐”는 의사를 밝히고, 2017년 미국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비슷한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작품들에서 보여준 국가의 폭력과 억압, 그에 따른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통,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등도 키워드가 될 수 있다.

한강은 17일 열리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공식 행보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포니정재단 관계자는 “예정대로 시상식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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