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완강하던 탈원전 기조에서 급선회하는 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고집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현실적 인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선 ‘실용주의 노선’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만 활용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고집하다가 인공지능(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민주당에 책임론이 쏟아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표가 탈원전 노선 변경을 추진하는 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게 당내 평가다. 특히 자신이 강조하는 실용주의 노선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문재인 정부 대표 정책이던 종합부동산세를 두고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2020년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도입된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실행 유예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것도 이 대표다.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주철현 최고위원은 12일 영광 주민들과 만나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 온 것”이라며 “이 대표는 무조건 가동 중인 원전을 셧다운시키거나, 안전성이 담보되는 원전 재가동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탈원전에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전제로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에너지는 원리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문제인 만큼 탈원전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세계에서 첨단 산업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기업들이 공급망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새로운 에너지믹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론은 탈원전이지만 개인적으로 원전에 중립 입장”이라며 “소형모듈원전(SMR)산업 지원 법안 발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여기엔 AI 등 첨단산업 발전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전력 수요를 RE100만으로 충당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원자력이 세계적 추세로 다시 자리잡으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세계 원자력발전 용량이 2.5배까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탈원전 논의는 이념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한국전력 적자와 전력망 불안정 등 탈원전으로 예견된 문제가 현실화했고, 경제성이나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도 다시 원자력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상원/배성수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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