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LS 두산 한진 등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한진을 제외한 세 곳은 많은 가족이 지분을 조금씩 나눠 가진 사촌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력이 분산돼 누군가 총대를 메고 PEF의 손을 잡는다면 언제든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한진은 조양호 선대 회장이 2019년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지분이 자식들에게 쪼개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취약해졌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대인 SK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문제로, LG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 모녀와 상속 문제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배력이 취약하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30대 그룹(민영화 공기업 제외) 중 최근 10년간 경영권이 상속됐거나 승계가 진행 중인 13개 그룹 가운데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진 영풍 효성 등 7곳이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분쟁이 발생했다. 한미약품그룹도 상속 문제가 분쟁의 씨앗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사의 대주주 지배력은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날로 빈약해지고 있다”며 “한 세대만 더 지나면 누가 공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지주사는 특히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2조6000억원) 한화(2조1000억원) GS(3조9000억원) CJ(3조3000억원) 두산(3조1000억원) 등 주요 대기업 지주사의 시가총액은 2조~3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이번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에 투입하려고 준비한 2조7000억원 정도만 있으면 공격이 가능하다.
지주사가 아니더라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3% 이하여서 지배력이 취약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저평가 기업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이런 조건에 있는 기업이 총 110곳이다. 이마트(대주주 지분율 28.56%, PBR 0.18배), 코리안리(19.96%, 0.35배), 광동제약(17.85%, 0.65배)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엔 자사주 매입이 유일한 방어수단”이라며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밸류업 요구가 거세지며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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