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거치며 지분 쪼개져…10대 지주사 중 7곳 '공격 사정권'

입력 2024-10-15 18:19   수정 2024-10-16 01:02

국내 상위 10대 그룹사 중 상당수가 상속 과정을 거치면서 총수 일가 지분이 쪼개진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에서 누군가 반기를 들거나 외부 주요주주가 사모펀드(PEF) 등과 손을 잡아 공세에 나서면 언제든 경영권 분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주사 디스카운트’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선 그룹 경영권이 달린 지주사가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승계 과정에서 분쟁 잇따라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주사 체제를 갖춘 국내 10대 기업(SK LG 롯데 한화 HD현대 GS CJ 한진 LS 두산) 중 최대주주 개인의 지주사 지분율이 20%에 못 미치는 기업은 7곳으로 집계됐다. 최대주주 개인 지분율이 낮다는 건 가족이나 동업자 간 분열이 발생하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GS LS 두산 한진 등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한진을 제외한 세 곳은 많은 가족이 지분을 조금씩 나눠 가진 사촌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력이 분산돼 누군가 총대를 메고 PEF의 손을 잡는다면 언제든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한진은 조양호 선대 회장이 2019년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지분이 자식들에게 쪼개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취약해졌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대인 SK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문제로, LG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 모녀와 상속 문제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배력이 취약하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30대 그룹(민영화 공기업 제외) 중 최근 10년간 경영권이 상속됐거나 승계가 진행 중인 13개 그룹 가운데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한진 영풍 효성 등 7곳이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분쟁이 발생했다. 한미약품그룹도 상속 문제가 분쟁의 씨앗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사의 대주주 지배력은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날로 빈약해지고 있다”며 “한 세대만 더 지나면 누가 공격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내려놓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조~3조원이면 지주사도 공략
국내외 행동주의펀드와 PEF는 상속 과정을 거치면서 지배력이 취약해진 국내 기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처럼 명확한 실책이 아니더라도 경영 실적이 악화하거나 주가가 부진한 것도 공격의 명분이 된다.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처럼 이사회를 공격하는 전략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업에서 일반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대기업의 지주사는 특히 경영권 공격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2조6000억원) 한화(2조1000억원) GS(3조9000억원) CJ(3조3000억원) 두산(3조1000억원) 등 주요 대기업 지주사의 시가총액은 2조~3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이번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에 투입하려고 준비한 2조7000억원 정도만 있으면 공격이 가능하다.

지주사가 아니더라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3% 이하여서 지배력이 취약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저평가 기업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이런 조건에 있는 기업이 총 110곳이다. 이마트(대주주 지분율 28.56%, PBR 0.18배), 코리안리(19.96%, 0.35배), 광동제약(17.85%, 0.65배)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엔 자사주 매입이 유일한 방어수단”이라며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밸류업 요구가 거세지며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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