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상속세가 지배구조 흔드는 '트리거'…개편 논의는 공회전

입력 2024-10-15 18:17   수정 2024-10-16 01:02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 60%)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트리거’로 지목되고 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오너 일가의 지분이 급감하면서 외국계 자본과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한 구조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 50%에서 40%로 인하, 최대주주 할증평가 20%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상속세제 개편에 나섰지만, 야당은 ‘부자 감세’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이런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을 정기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1999년 45%에서 50%로 오른 이후 25년째 유지되고 있다. 대기업 최대주주의 경우 여기에 할증(세금의 20%)이 붙어 세율이 최고 60%로 뛴다.

과도한 상속세는 국내 기업들이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된다. 예컨대 창업주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라도 2세가 물려받으면 지분율이 40%로 낮아지고, 이를 3세가 물려받으면 16%까지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업해서 번 돈에 세금을 물리고, 최대주주가 사망할 때 또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가업 승계가 되겠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방 기회발전특구로 이전·창업하는 중소·중견기업은 한도 없는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도 추진한다.

상속세제 개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통과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상속세제 개편 논의는 야당의 부자 감세 논리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지난 10~11일 국회에서 기재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안을 놓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상증세 개편으로 향후 5년간 상위 2%에게 혜택의 95%가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상속세제 개편안이 중산층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최저세율 10%를 적용하는 상속세 과세표준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열 배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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