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99만원만 내세요"…60대 사이 입소문 난 실버타운 [집코노미-집 100세 시대]

입력 2024-10-17 07:00   수정 2024-10-17 07:06


지난 10일 인천 서구 청라동에 있는 실버복지주택 '더시그넘하우스 청라'를 방문했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서울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인천 방향으로 들어오다 계양구를 지나 봉오대로로 나오자 관문 격인 청라1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라국제도시의 대표 도심하천인 심곡천 물줄기를 쭉 따라 올라가니 고즈넉하고 조용한 평지에 붉은색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평일 오전 기준 서울 여의도에서 5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천에 들어선 첫 프리미엄 실버주택
더시그넘하우스 청라는 인천에 들어선 첫 프리미엄 실버주택이다. 앞서 서울 자곡동에 지어져 성공을 거둔 '더시그넘하우스'의 2호점 격이다. 객실 수는 총 139실로 더시그넘하우스보다 30실 적다. 연면적 규모도 더시그넘하우스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청출어람이라고 했던가. 더시그넘하우스 청라는 모든 면에서 더시그넘하우스를 능가하는 시설과 시스템을 자랑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진 것은 '후끈함'이었다. 아직 겨울까지 많은 기간이 남았지만 건물 전체가 온기로 따뜻했다. 건물 복도부터 각 가구 내 화장실까지 전부 바닥을 온돌식 난방 시스템으로 깔아놨기 때문이었다. 이는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엔 없는 시설이다. 두 실버복지주택을 지은 박세훈 엘티에스 회장을 이날 현장에서 만났다. 박 회장은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아프실 때가 환절기"라며 "건강을 위해 어르신들이 머무는 모든 곳에 항상 따뜻하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드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엔 '너싱홈'이 있다. 너싱홈은 치매, 중풍 등 만성질환을 가진 중증 고령자에게 간호·간병·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요양시설이다. 더시그넘하우스가 고령자들에 주목을 받게 된 주된 특징이기도 하다. 자곡동 단지에 비해 규모가 작다 보니 이곳엔 너싱홈이 없었다. 대신 '헬스 매니지먼트'에 각별한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2명의 간호사가 상주해 건강상담이나 혈압, 혈당, 투약 관리를 해주고 인근 대형병원과 연계한 응급 대기 후송체계를 구축해놨다. 고령자에게 맞춰 전문 영양사들이 상주하며 저염, 저지방, 칼로리 조절에 신경 써 제공되는 식단도 특징이다.

세심한 시설 설계 돋보여
객실을 들어가 보니 서울 자곡동 단지보다 훨씬 아늑했다. 건물 정면에 심곡천 지류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앞에 시야를 방해하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직원 말에 따르면 건물 앞이 하천 공원으로 조성돼 있고, 단지 주변에 고등학교와 교회 등 각종 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향후 시야를 방해하는 높은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다른 실버주택에 비해 객실 밖 풍경이 유난히 잘 보였다. 여기에 또 다른 비밀이 하나 숨어 있었다. 일반적인 노인복지주택은 베란다 안전 난간이 알루미늄으로 돼 있다. 이곳은 안전 난간을 특수 강화유리로 설치해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입주한 고령자들이 문을 열지 않고도 바깥 풍광을 거슬림 없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커뮤니티 시설은 서울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와 흡사했다. 따뜻한 아이보리 조명에 시각적 편안함을 주는 목재 인테리어를 전체적인 건물 톤으로 삼았다. 건물 내부 벽이나 천장, 조명부터 손잡이까지 모든 인테리어를 둥글게 디자인한 점도 독특했다. 어르신들이 시각적으로 각지고 모서리가 튀어나온 것보다 둥근 디자인들이 심리학적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을 반영한 설계다.


여러 시설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영화관이었다. 더시그넘하우스 내 영화관은 고작 10명 정도가 앉아서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소규모 시설이었다면 이곳은 입주자 정원과 비슷한 138명이 앉아 볼 수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꾸며놨다. 걸음이 불편한 입주자를 위해 곳곳에 쉼터를 마련하고, 옥상에 텃밭도 크게 조성해놨다. 입주자들이 야채를 재배해 식단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 못지않은 최적 입지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의 위치적 이점은 서울 자곡동의 더시그넘하우스 못지않았다.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에서 차로 30분 안에 삼성서울병원까지 갈 수 있듯, 이곳 역시 차로 10분 거리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이 있다. 언제든 입주자들이 질병이나 노인 질환 등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에게도 이곳은 천혜의 주거 입지라는 게 이곳 직원의 설명이다. 세계 골프계의 전설인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세계 298개 골프장 중 27개 최고의 코스만 모아 구성해 만든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장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노인복지주택에서 살길 원하는 고령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및 가족과 자주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고령자는 대중교통이나 도로망이 잘 갖춰진 도심 속 노인복지주택을 선택한다. 이곳은 자동차를 통한 이동은 물론 단지 인근에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단지와 가까운 봉수대로역과 중봉교역이 개통되면 가족이나 여러 사람의 방문이 수월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입주 진입 장벽 자곡동보다 낮아
입주 진입 장벽은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보다 조금 낮은 편이다. 전체 139실 가운데 가장 많은 57실이 전용면적 34.5㎡로 구성돼 있는데 보증금은 3억2900만~3억3500만원 수준이다. 월 생활비는 독신 기준 133만원에 식비를 포함하면 199만원이다. 전용 52㎡ 기준으로는 보증금 4억7500만~4억8200만원에 월 생활비는 식비 포함 244만원 정도다.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의 같은 면적 보증금이 5억6000~6억40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1억~2억원가량 저렴하다. 이곳 역시 입주 예정일 기준 만 60세 이상이면 입주 자격이 있다. 부부라면 한 명만 만 60세 이상이면 된다.

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살아보는 것이다. 자곡동 더시그넘하우스는 대기자가 120명에 달해 입주를 원하는 고령자들이 미리 살아보고 입주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해 12월 지어져 아직 입주자가 다 들어오지 않았다. 더시그넘하우스 청라 관계자는 "아직 입주자 여력이 있어 원한다면 최소 1달부터 최대 4~6개월 정도는 미리 들어와 직접 살아보고 입주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노인복지주택 브랜드화의 첫걸음"
서울과 인천에 프리미엄 실버복지주택 '더시그넘하우스'를 짓고 안착시킨 박 회장은 "이곳 역시 자곡동 단지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기회에 사업 기회가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성공적인 실버주택의 모델로 평가받는 더시그넘하우스 역시 영업이익 흑자를 낸 지 한 해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사업 성공이 쉽지 않다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인천시에서 이곳 땅을 개발해달라는 제안이 왔다. 박 회장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흑자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거절했다.

그러자 인천시가 해당 부지를 근린생활시설로 전환해줬다. 전체 건평의 45%를 카페나 식당, 술집 등으로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평소 독실한 원불교 신자였던 박 회장은 상업시설 대신 원불교 교당을 이곳에 함께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이곳을 두 번째 더시그넘하우스로 지었다. 그는 "일본처럼 실버복지주택이 브랜드화되고 기업화가 된다면 중산층과 그 이하 고령층들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더시그넘하우스 청라가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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