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가진 감염자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에이즈 감염자인 40대 남성이 10대 청소년들을 상대로 성착취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에이즈예방법은 감염자가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에선 지난 6월 이 조항을 어긴 한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에이즈가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강·항문성교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가 감염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총 3회에 걸쳐 체액을 통해 전파매개 행위를 한 만큼 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봤다.
법원은 "바이러스 감염의 추상적 위험을 초래했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있고 상대방이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천지법에선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상대와 성관계를 한 남성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남성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상대방의 집에서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로 성관계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구강·항문성교를 하는 전파매개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상대방은 에이즈에 감염됐다.
법원은 "상대방이 에이즈 감염 진단을 받는 등 범행 결과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고 상대방에게 소정의 합의금을 지급해 원만히 합의한 데다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근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청소년들을 현금·담배를 미끼로 유인해 성착취를 한 40대 남성 A씨가 공분을 샀다.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는 지난 15일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센터는 "A씨는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지만 계속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채팅앱을 통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A씨가 사용한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철저하게 조사해 여죄를 찾고 그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을 보호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씨의 경우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만큼 처벌 수위가 유사 사례와 달리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채팅앱으로 알게 된 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를 한 유사 사건들을 보더라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광주지검은 앞서 A씨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올해 초부터 채팅앱으로 알게 된 중학생들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성착취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가 피해가 있는지 수사를 벌였지만 피해여성 측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조사를 거부해 또 다른 범행을 확인하지 못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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