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억 버는 외국인이 왜?"…뉴진스 하니 국감 등장에 '분노' [이슈+]

입력 2024-10-16 13:00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20·본명 하니 팜)가 현역 아이돌 최초로 국감에 출석한 후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감을 보니 하니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사진 찍으려고 부른 거냐" 등 국회의원들을 향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고, 정치권에서도 "진짜 중요한 '직장 내 괴롭힘' 등 환노위 의제가 묻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니님'에 웃음 멈추지 않은 환노위
16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하니와 관련해 국회의원들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 하니가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휴대전화로 '인증 샷'을 찍는 모습이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하니 말고 미니(최민희) 위원장님, 사진 찍지 마시고 가서 과방위 상임위 준비하시라. 한숨 나오네 진짜"라고 저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최 위원장이 사진 찍는 모습이 확산하면서 "반성해야 한다" 등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 문제로 인해 과방위는 여야가 충돌하면서 회의가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이 뉴진스 '사생팬'인 것 같다. 어떻게 위원회가 진행 중인 시간에 뉴진스가 있는 그 방을 따로 가서 만나볼 수 있나"고 하는 등 여당은 국감 진행 도중 최 위원장이 하니를 만나고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니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 위원장은 "나는 상임위가 진행 중일 때는 위원장실에 있었다"며 여당의 의혹 제기를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했다.

환노위 국감의 초점도 온통 하니에게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은 베트남계 호주 국적자인 하니를 '하니님', '하니씨' 등으로 불렀다. 하니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죄송한데 저 이해를 못 했다"고 웃자 국감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하니님이 하신 것이 바로 엔터업계에 '우리도 노동자다', '우리도 인간이잖아요'라는 그런 목소리를 내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하니님의 용기를 너무나 응원한다"며 하니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버니즈'(뉴진스 팬덤명) 스티커를 자기 노트북에 붙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인사 안 한게 국감 나올 일이냐"
화살은 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에게도 향했다. 안 위원장은 하니를 환노위 국감 참고인과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히 친야(親野)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안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하니 국감은 코미디다",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52억원을 버는 뉴진스 하니가 대표로 출석하는게 정상적인 국회냐", "국감을 이렇게 낭비하면 안 된다", "민주당이 이렇게 똥볼을 차냐. 이잼(이재명 민주당 대표 줄임말)만 불쌍하다", "인사 안 한 게 국감에 나올 일이냐" 등 거센 비판이 나왔다.


하니가 이날 국감에서 구찌 백을 메고 등장하자 "50억 정산받고 구찌 백 메고 국감 출석한 자칭 노동자"라는 설명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다. 뉴진스 멤버들이 활동으로 지난해 정산받은 금액은 각각 약 52억원으로 추정된다.

하니는 국감에서 안 위원장 관련 질의에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소속 팀원분들 세분 정도와 여성 매니저가 저를 지나가셔서 잘 인사했다"며 "5분, 10분 후에 그분들이 다시 나왔다. 그 매니저가 저와 눈을 마주치고 뒤에 따라오는 멤버들에게 '못 본 척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서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또 묻히리라는 것을 아니까 (국감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 "데뷔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을 많이 마주쳤는데,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으셨다"며 "저희 인사를 다 안 받으신 것은 직업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예술인인 하니는 엄연히 근로자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국감에 나오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실제 김유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국감 답변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는 (하니에게) 적용하기가 힘든 현실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환노위를 포함해 국감에서 조명받아야 할 사안이 한둘이 아닌 데, 하니 등장으로 다른 모든 이슈가 묻혔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검색량 지표 구글트렌드의 지난 24시간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서 하니는 축구 경기 관련 검색어를 제외하고 1위를 기록 중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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