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회사의 숨겨진 식스팩을 찾아라 [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4-10-16 09:52  

이 기사는 10월 16일 09: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집앞 먹자골목에는 불황이 성큼 다가온거 같은데, 이국 만리 땅에서는 노랜딩, 사상 최대 주가의 축제가 진행 중이다. 아 부럽기 그지 없다. 따뜻한 활황의 온풍은 왜 태평양을 못건너는 것이냐! 금쪽같은 내새끼 회사들도 이렇게 팡팡 잘나갔으면 좋겠는데, 막상 총알은 없다. 그럼 어떻하지? 답은 내 뱃살 속에 있다. 숨겨진 식스팩을 찾는 법. 바로 사업분할을 통한 숨겨진 가치 찾기 (Unlocking value)이다. 하나를 나눠 ½이 아닌 1+1을 만드는 신비. 그럼 어떻게 하냐고?

가치창출을 위한 기업 분할 비법 (do’s)
1) 단순화/효율화 하라

당신의 회사 혹은 조직이 ‘저평가’받는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일 수 있다. 자고로 부페식당에는 맛집이 없고 김밥천국에서 미슐랭을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너무 이것저것 하기 때문이다. 단순화하라. 그래서 성장하는 사업 혹은 Sexy해 보이는 사업을 분리하라. 물론 이를 소액주주에게 물먹이는 방법으로 쓰면 안된다. 하지만 될성싶은 떡잎을 잡초와 섞어두면 이른바 에이스들도 뽑기 힘들고, 화끈하게 크기 위한 자본을 유치하기도 어렵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것 저것을 하는 것 가운데 누가 에이스인지 누가 쭉정이인지 파악을 할 잣대가 있냐는 것이다. 사업부별 실적 평가 기준 그리고, 각 부문별 경영진들이 있으면 참 좋다. 참고로 필자가 검은머리 풍성한 컨설턴트 였던 시절, C모그룹과 함꼐 200개가 넘는 그룹 전체를 비교적 통일된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쌍욕과 저주를 받은 적이 있다. 우리 사업부는 특수하다는 둥, 미래를 위한 투자 기간이라는 둥, 공통 자산이 배부되어 있다는 둥. 근데, 기준이 있는데 예외를 주는 것과 기준이 없이 봐주는 건 하늘과 땅 차이 이다. 좀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ROE 10%가 안되는 사업은 그냥 각자 도생 시키자. 그 돈으로 S&P 인덱스를 사두면 분산투자 전문가가 된다, 여러분.

2) 조직의 accountability를 높여라
같은 회사였는데 둘로 쪼개뒀더니 더 잘되는 신비의 근본 원인은 사업부별 실적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커피는 겨울에, 이온음료는 여름에 주로 팔리는데, 이걸 갈라놓으면 양 사업부가 각각 여름용 아이스커피, 겨울용 숙취해소 이온음료를 내놓게 된다. 이런게 생존형 모델이 되려면 결국 어떤 사업부의 누가 뭘 이루었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미안하지만 무한 경쟁을 대놓고 시킬 수 밖에 없다. 내가 번돈으로 남이 성과급을 받아가는 비극이 끊기는 순간, 우리는 식스팩에 한단계 더 다가간다. 재미있는 건, 사업부를 나눠놓으면 희안하게 퇴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쭉정이들의 자발적 항복은 덤이다.

3) 상장하기 좋은 놈과 팔아먹기 좋은 놈은 다르다
안타깝게도 우리네 나라의 주식시장은 뜨겁게 타오르다 식어버리는 냄비성향의 극한값이다. 지금 우리나라 KOSPI 100은 PER 14배로, Nasdaq 100의 절반수준, Nikkei 225의 80% 수준에 불과한 아주 “저렴”한 가격대에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금이나 가버넌스, 산업 내 입지를 반영한 ‘이유있는’ 가격으로 본다. 그래도 바이오나 미디어, 2차 전지, 소프트웨어, 인프라 등등의 산업에서는 경쟁 국가의 벨류에이션을 뛰어넘는 멀티플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니 요런 ‘핫’한 산업과의 동아줄이 연결되는 사업부가 있다면 상장의 꿈을 팔아 새로운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반면 성장율이 낮지만 안정적인 마진을 내거나, 경쟁사들이 쫄딱 망하고 두세개 밖에 안남은 전통산업이라면, 상장으로는 재미가 없지만 팔아먹기에는 딱 좋다. 이런 자금은 우리에게 제2의 창업을 할 총알이 된다.

이 떄문에 내 사업을, 내 회사를 분할 할 때는 상장용, 판매용, 보관용을 구분해야 한다. 상장용이라면 테마가 아주 쎄고 뜨겁게 타오르는 미래형 사업. D모 그룹이 이런 구분을 아주 잘해서, 김치와 비단에서 시작해서 중공업으로 갔다가 배터리 및 신재생 에너지로 돌아오는 멋진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인프라성 사업이라서 성장율은 그저그런데 4-5%라도 따박따박 나온다면 요즘 같은 불황의 기운이 슬금슬금 다가올 때 아주 핫한 매물이 된다. 개인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데 지역난방 사업의 벨류에이션이 올라가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게 바로 시장이고 시장을 이기려하면 절대 안된다. 뒤져보고 팔 수 있을 떄 팔아보자!

자, 그럼 요렇게 숨은 진주를 파서 따로 시집을 보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사업 분할의 함정 (don’ts)

1) 브랜드도 자산이다

우리나라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회사 이름과 제품 혹은 서비스의 이름이 많이 겹친다는 것이다. 아마 일본식 재벌 문화에서 나온듯한데, 이게 분할한 사업부를 상장하거나, 특히 매각할 때 상당한 장애요인이 되곤 한다. 특히 수출 사업인 경우, 주주가 바뀌는데 회사 이름이 바뀌어야 하는 (그래서 제품 로고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니 어차피 투자를 할꺼면 제품 만큼이나 브랜드도 키워보자. 덤으로 요렇게 브랜드를 분리해두면 혹시나 그룹의 다른 계열사나 높으신 분이 사고를 쳤을 때 같이 망가지는 억울함도 덜하다. 그리고 회사 안에 다양한 서비스, 제품 브랜드가 있을 때 회사의 마케팅 역량이 올라가고 이미지가 핫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가전이나 자동차, 화장품, 하다 못해 럭셔리 제품 시장을 보라. 회사이름과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 몇개나 있는지 (혹은 팔리는지). 로레알에서 로레알 브랜드을 찾으려면 할인마트로 가야한다 여러분!

2) 관리 조직의 비대화를 막아라
사업부를 분할할 때 자주하는 실수가 관리 조직을 복사-붙여넣기로 두배를 만드는 거다. 겸직을 전제로 최대한 자동화 하라. 모자라는 인력이 있다면 통으로 외주화하라. 둘로 쪼갠 조직은 각각 결핍을 겪게 되는데, 그러면서 조직의 구조조정을 자연스럽게 추진할 수 있다. 돈 못버는 사업부에서 눈치밥을 먹는 관리팀 고인물은 이른바 정리대상 1호이겠다.

또하나의 꼼수는 종업원 지주회사로 분리시켜 주는 것이다. 필자가 아주 예뻐하는 나보다 30배 더 잘생긴 후배는 이렇게 종업원 지주회사로 승계이슈를 해결하는 사업을 시작해서 대박을 맛보고 있다. 이렇게 분리해주면 서비스 질과 가격이 동시에 개선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아님 말고.

3) 인허가와 인프라를 얕잡아 보지마라
필자도 사업부 분할 투자를 한지 19년이 다되어 가는데, 항상 인허가가 제일 예측이 어렵다. 특히 ESG, 그 중에서도 환경 및 안전관련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요즘, 전력확보와 더불어 폐기물 처리와 안전관리 인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다. 대신 관계당국과의 긴밀한 의사소통, 그리고 지방이라면 특히 필요한 인력 혹은 외주가능한 회사를 반드시 미리 찾아두어야 한다.

이제 인구성장, 가구수 증가가 성장을 보장해 주는 좋은 세월은 다 갔다. 성장의 난이도는 한층 더 올라갔다. 박박 뒤져보자. 숨은 진주, 식스팩, 아니 새싹이라도 있다면 밝은 햇살 밑에서 빛나게 도와주자. 우리 집의 새로운 대들보가 될 줄 누가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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