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6일 12: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은 사모펀드를 향한 막연한 공포를 떨쳐내야 합니다. 경영권을 흔드는 약탈자가 아니라 '밸류업 파트너'로서 받아들일 때입니다."
UCK파트너스의 김수민 대표(사진)는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린 ‘ASK 2024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그동안 양적·질적으로 괄목할 만큼 성장한 사모펀드와 산업화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만남·충돌은 필연적이고 피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2년 출범한 UCK파트너스는 한국 대표 사모펀드(PEF)의 하나로 중소·중견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임플란트 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 밀크티 업체인 '공차'와 빙수업체인 '설빙',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 등 19개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UCK파트너스를 비롯한 사모펀드는 그동안 비약적 성장을 이어갔다. 한국 사모펀드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된 2004년부터 출범이 본격화했다. 이후 현재까지 사모펀드가 굴리는 금액은 매년 연평균 20% 안팎 불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사모펀드가 굴리는 약정금액은 136조원에 달했다. 사모펀드의 위상도 커졌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는 규모 기준으로 상위 20대 인수합병(M&A) 거래 60~80%에 관여하고 있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모펀드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이 직면한 위기는 갈수록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기업의 사업 모델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이 급격히 약화되는 동시에 승계에 따라 기업 경영권에 대한 위협도 커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는 "기업은 그동안 사모펀드를 자금 조달처 가운데 하나로만 봤다"며 "앞으로는 인식을 바꿔서 사업을 같이 진행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사모펀드와 시장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한편 이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역량을 쏟아야 한다"며 "밸류업 전략과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사모펀드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투자받는 과정에서 사모펀드들의 피드백과 반응을 냉정하게 수용하는 자신감도 지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향한 MBK파트너스 등의 공격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사모펀드와 기업, 오너일가의 성향에 따라 사모펀드와 기업은 충돌할 수도 있고, 함께 손잡을 수도 있다"며 "협업과 시너지를 통한 가치 창출이 분쟁·충돌에서 빚어진 가치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는 UCK파트너스의 메디트 투자 사례를 기업·사모펀드의 모범적 협업 거래라고 평가했다. UCK파트너스는 메디트 오너일가와 손을 잡고 회사 기업가치를 키운 뒤 2022년에 MBK파트너스에 2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이 운용사는 오스템임플란트 오너일가와도 손잡고 국내 최대 공개매수·상장폐지 거래를 마무리 짓기도 했다.
앞으로 사모펀드의 역할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그는 ”사모펀드 운용사는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도 "기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해결사'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모펀드들이 앞으로 “돈 되면 다한다'는 전략에서 탈피해서 확실한 포커스와 전문성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며 “운용사들의 밸류업 역량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해가는 장기적인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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