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 내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며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한축인 노원구에서 집주인과 매수인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이 한창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개업중개사들은 "파리만 날린다"며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중계그린'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5억8000만원(15층)에 팔렸다. 이 단지의 현재 호가는 6억원대로 올라왔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저층 급매물을 보다 낮은 가격에도 있지만, 상태가 양호한 고층 매물은 6억1000만원 정도에 호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건영2차' 전용 84㎡도 지난달 7억5500만원(13층)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8억원에 달하고 있다.
상계동 '한신은빛2단지' 전용 59㎡도 지난달 5억4000만원(13층)에 실거래됐지만, 호가는 이달 들어 5억7000만원까지 올라갔다. 바로 옆 '은빛1단지' 전용 59㎡는 이달 4억8000만원(3층)에 거래됐는데, 호가가 6억원까지 치솟았다. 상계동 개업중개사는 "여름만 하더라도 같은 면적에서 4억원대 초중반 매물이 많았다"며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0년 5월 0.25%포인트 인하 후 4년 5개월 만의 첫 금리 인하였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일부 집주인들이 매수세 유입을 기대하며 호가를 높이고 나선 셈이다.
중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재건축 호재가 있고 금리도 낮아지니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며 "집값 상승을 기대하니 호가를 유지하거나 높이고 있지만, 호가가 오르자 매수자 발길도 뜸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매 수요가 줄어든 탓에 전·월세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수요자들의 매수심리는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빠르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9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4.7p 하락한 125.8을 기록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하자 서울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시장 매물도 쌓이고 있다. 아파트 빅데이터 업체 아실은 전일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8만6826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아실이 서울 아파트 매물을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양이 시장에 적체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매수심리가 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상반기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심리적인 기대 및 실제 대출 금리가 주택 시장에 선반영됐기에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적다"며 "실제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가능 금액 증가가 중요하지만, 연말 내에는 기준금리와 비례한 대출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과 입주장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 관련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 총량과 매매가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커 보인다"며 "연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값 상승 피로감 누적으로 주택 매매거래 월별 총량은 7월을 정점으로 이미 8월부터 주춤한 상태이기에 연말까지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에서는 신고가 거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신고 기한(30일)이 남은 거래를 제외해도 지난달에만 강남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45건 나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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