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디자인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건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07년부터다. 당시 5개 과로 구성한 디자인총괄본부를 신설했고 이듬해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열었다. 디자인산업 마스터플랜, 디자인산업 지원 종합계획 등의 계획이 줄줄이 쏟아졌다.
하지만 오 시장이 무상급식 투표 논란으로 시청을 떠나면서 서울의 ‘디자이노믹스’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관련 부서는 문화본부 산하 1개 팀으로 쪼그라들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기업은 2008년 1545개에서 2021년 1만165개로 급증했지만 회사의 평균 매출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감소하는 등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 시장 복귀 후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 빛·색·서체를 개발하는 등 55개 사업을 담은 디자인서울 2.0을 발표했다.
디자인산업 기반 구축, 기업 자생력 강화, 기업 간 융합, 서울디자인박람회 국제적 확산이라는 네 가지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6개 과제를 기획했다. DDP, 홍대입구, 성수역 일대를 디자인산업 거점으로 삼고 서울형 디자인스쿨을 운영해 전문성이 뛰어난 디자이너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기업 20개를 5년 안에 키우기로 했다.
‘서울형 디자인스쿨’은 올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본 뒤 내년부터 서울디자인창업센터(홍대입구 인근)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마련할 예정이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현장에선 전문인력과 양질의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심하다고 하소연한다”며 “서울이 주최하는 박람회 참여 전문가와 교수진을 강사로 모셔 신진·경력 디자이너를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또 영세기업이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디자인기업 안심보험을 도입한다. 제품이 파손되거나 발주처가 폐업해 물건을 납품하지 못할 경우 제작비의 최대 60%까지 보장하는 상품이다. 시가 보험료 30%를 부담해 5년간 1500개 업체를 지원한다. 매년 열고 있는 서울디자인위크 행사도 내년부터 한국 디자인기업과 해외 투자자를 연결하는 국제박람회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장소도 기존 DDP 중심에서 성수, 홍대입구, 강남으로 확대한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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