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실적 전망 하향과 수주액 급감의 원인으로 ‘AI를 제외한 반도체 시장의 부진’을 꼽았다.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AI 반도체에선 강력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AI를 제외한 시장에선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며 “2025년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객사들이 주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에선 ‘AI 반도체 붐’이 ASML에 부메랑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드는 대만 TSMC에 주문이 몰리면서 2위권 파운드리 기업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EUV 장비 투자를 줄인 게 첫 번째 이유다. 인텔은 지난달 구조조정을 선언하며 독일에서 진행하던 300억유로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늦추고 최근 경기 평택캠퍼스 4공장에 파운드리 라인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고객사가 ASML에 넣은 신규 주문액은 2분기 40억6400만유로에서 3분기 12억1100만유로로 ‘3분의 1토막’ 났다.
ASML의 실적 발표 영향으로 16일 삼성전자(-2.46%), SK하이닉스(-2.18%), 도쿄일렉트론(-9.19%), 디스코(-5.82%) 등 일본 반도체 장비·패키징 기업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AI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PC용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7일 열리는 대만 TSMC의 콘퍼런스콜이 반도체 업황·주가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지난 9일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5% 증가한 236억22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콘퍼런스콜에선 웨이저자 CEO가 나와 향후 실적과 업황 전망을 밝힌다. 시장에선 300억~320억달러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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