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청소년들 사이에서 네발 달린 동물처럼 행동하는 이른바 '쿼드로빙'(Quadrobing)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하원(국가두마)이 이를 통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데니스 마이다노프 하원 문화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에 "처음에는 놀이처럼 보였지만, 아이들이 이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더는 그렇지 않다"며 쿼드로빙 통제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쿼드로빙이란 여우, 늑대, 개, 고양이 같은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해 네발로 기거나 뛰는 활동을 의미한다. 동물 가면과 가짜 꼬리, 가짜 귀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최근 주로 러시아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쿼드로빙은 일종의 '서브컬처'(하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미성숙한 아이들이 공격적인 동물을 따라면서 정체성 혼란, 사회 고립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쿼드로빙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문화가 성소수자(LGBT) 관련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러시아는 LGBT를 극단주의로 간주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앞선 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를 방문한 아르메니아 관리들에게 "아르메니아에도 쿼드로버(쿼드로빙을 하는 사람)가 있느냐"고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러시아 대중운동 단체 '러시아의 아버지들' 의장인 안드레이 코체노프는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아이가 목줄을 달고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이끌려 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완전히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광기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반면 쿼드로빙은 취미일 뿐이며 평소보다 더 많은 신체 활동으로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러시아 심리학자 라리사 오쿨릭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쿼드로빙이 아이들의 신체와 두뇌를 발달시킬 수 있다면서도 "동물을 연기하는 것과 자신이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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