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가 현대차·기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변속기도 똑같은 방식으로 생산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확보한 변속기 재고가 2~3주 뒤 바닥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현대트랜시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모두 2300억원이 들어가는 규모다.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회사 측이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은 이유다. 회사 측은 현대트랜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해 현대위아(2.7%), 현대케피코(2.7%), 현대모비스(3.9%), 현대로템(5.9%) 등 다른 계열사보다 낮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경영진이 원가 절감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매출 원가율이 95.1%에 이른 탓”이라며 지난 8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17일까지 전면 파업한 뒤 협상 결과에 따라 파업 기간을 연장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양측의 견해차가 큰 만큼 쉽게 합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투싼 등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6·8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IVT) 등을 400만4965개 생산했다. 열흘간의 파업으로 15만 대 분량의 변속기를 생산하지 못한 셈이다.
변속기 재고가 줄어들자 현대차는 오는 19일부터 코나, 투싼 등의 차종을 주로 생산하는 울산 1·3·5공장의 주말 특근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직원들에게 스케줄 조정을 통보했다. 파업이 길어지면 제조 라인이 멈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슷한 사례는 올해 8월에도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부품 계열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서 현대차·기아 생산에 차질이 생길 뻔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파업이 야기한 공급 불안 탓에 현대차가 자체 생산하겠다며 현대트랜시스에 맡긴 물량을 회수하고 있다”며 “현대차 노조가 TMED-2 직접 생산을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현대위아도 7월부터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중이며, 현대로템도 임단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진원/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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