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의사 없다며 응급 환자 수용 거부...정부 "조사 착수"

입력 2024-10-16 18:11   수정 2024-10-17 10:11



동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분당차병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정부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1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심각한 경련 증세를 보이던 60대 A씨는 119 구급대를 통해 분당차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병원 측이 수용을 거부했다.

분당차병원이 소재한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A씨는 119 신고 당시 이미 30분 넘게 경련 증상을 보였으며 의식도 없었다고 한다.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에서 이 정도 증상은 최상위인 1∼2등급 상황에 해당한다.

분당차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를 수용하지 않은 대신 환자에게 항경련제를 2회 투여한 뒤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애초 용인세브란스병원으로 가기로 했던 환자가 이송 도중에 상태가 나빠져 급히 우리 병원 응급실로 들어온 것"이라며 "신경과 등 배후진료(응급실 이후의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렸고, 그래서 응급처치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을 해야 했는데, 당시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며 "항경련제 2회 투여 등으로 병원에 머문 시간은 9분가량이고, 그 시간에 119 구급대도 병원 밖에서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응급의학계에서는 분당차병원의 처치를 두고 석연치 않다고 말한다.

15분 이상 경련하는 '경련중첩' 상태는 긴급 상황이다. 환자가 신고 당시 30분 넘게 경련하고 있었으므로 배후진료 가능 여부를 떠나 일단 수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지역 응급의료기관도 아니고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재빨리 환자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송 과정을 따져봐도 궁금증은 남는다고 응급의학계는 지적했다.

환자 거주지가 분당차병원 소재지인 경기도 성남시이고, 분당차병원 인근에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분당제생병원과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분당서울대병원도 있는데 119가 애초에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가기로 했다는 설명 때문이다.

119 구급대가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첫 목적지로 삼았다면 다른 분당권 3개 병원 모두 환자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뜻일 수 있다.

환자를 이어받은 용인세브란스병원 측은 분당차병원이 환자를 받기 어려워한다는 이유로 수용 가능하냐는 연락이 119로부터 왔고, 항경련제 투여 이후에도 수용이 안 된다고 하자 환자를 이송할 것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응급환자를 합당한 이유 없이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하면 정식으로 조사단을 꾸린다는 방침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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