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C 게임의 태동기를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3회차 상영 전 좌석 매진
16일 넥슨재단에 따르면 이 재단이 제작한 게임 산업 다큐멘터리 ‘세이브 더 게임’은 지난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총 3회 차 상영 모두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이 전 회차 매진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재단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게임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 작품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다큐멘터리 섹션인 와이드 앵글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GV) 행사가 열렸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국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참석해 소회를 전했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던 시기에 생소하고 어려운 도전을 지속하며 산업 발전을 이끌어 온 출연진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등 호평이 잇따랐다.
○넥슨재단 "게임 발전 의미 조명 필요"
세이브 더 게임은 넥슨재단이 2021년 9월부터 한국 온라인 게임 3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3부작 중 1부다. 국내 게임 산업의 성장과 문화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단 관계자는 “30년간 게임 산업이 눈에 띄게 발전한 데 비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다루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 프로젝트는 넥슨의 클래식 RPG ‘일랜시아’ 이용자의 시선으로 게임 산업의 동향을 다룬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만든 박윤진 사이드미러 감독이 제작 연출을 맡았다. 넥슨재단과 박 감독은 게임 개발자, 게임잡지 기자, 당시 게임 유통사 사장 등 관련 전문가 수십 명의 증언과 사료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이브 더 게임엔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PC 게임의 역사가 담겼다. PC 패키지 게임의 태동을 이끈 세운상가 키즈들이 성장해 최초의 상용 국산 게임인 ‘신검의 전설’을 비롯해 ‘폭스레인저’, ‘그날이 오면’ 등의 성공을 두루 다뤘다. 1990년대 중후반 최고의 패키지 게임 개발사인 ‘어스토니아 스토리’의 손노리와 ‘창세기전’의 소프트맥스에 대해서 조명했다.
게임 불법복제와 번들 CD 배포 등 유통 과정 변화, PC 통신의 등장과 IMF 경제위기 등 다양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아우르며 게임 산업의 변천사를 조목조목 다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온라인 게임의 시초로 꼽히는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의 성공을 계기로 온라인 게임이 확산한 과정도 소개했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주목받지 않았던 한국 게임 산업의 태동기를 들여다보면서 게임 산업 발전의 의미를 되새길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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