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생각의 변화[김한솔의 경영전략]

입력 2024-10-25 11:49   수정 2024-10-25 11:50

[경영전략]




코로나19 여파로 힘들었던 요식 업계에 희소식이 있다. 넷플릭스의 화제작 ‘흑백요리사’ 덕분이다. 레시피를 활용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외식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이 프로그램의 우승 요리사 ‘나폴리 맛피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1등 소감을 읽은 뒤 감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요리사는 더 잘되겠구나!’

건방져 보인다는 반응에 대해 그는 “제가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조금은 어리게 행동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솔직히 모두 제가 이기기 힘든 상대들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 더욱 허세를 부렸다”라고도 썼다.

논란이 됐던 ‘잘근잘근 밟아드리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마지막 요리인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자는 자극제의 의도였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너무 거만하고 경솔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서 직접 제가 제 모습을 보니 건방지고 부족한 모습들을 많이 보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그가 더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본인의 행동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바탕이 된 ‘나를 돌아보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방송 이후에 “주변에서 겸손해지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이를 실천으로 옮기려는 모습을 느꼈다.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담금질하면 더 나은 모습의 자신을 만들 수 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들여다보자
달라지려면 열려 있어야 한다. 주변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려는 마음, 개선 행동을 찾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 않다.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내는 피드백을 듣고서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제가 바뀔게요”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내’가 너무 소중해서다. ‘나’를 지키려는, 보호하고 싶은 욕심이 나의 변화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모습으로 달라진 나를 만들긴 힘들다. 더 나아지기 위해 꼭 필요한 ‘따끔한 피드백’ 받아들이는 법을 알아보자.

우선 ‘나를 아프게 한 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게 시작이다. 나름으로 열심히 해서 보고서를 올렸는데 “제대로 조사한 거예요? 근거가 너무 부실하네”라는 말을 들었을 수 있다.

딱 한 번 실수한 걸 갖고 “일을 너무 대충 하는 것 같아, 좀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합니다”라는 피드백에 상처받았을 수도 있다.

내가 해야 할 몫은 다 했는데 “당신 정도면 이 정도로는 안 되지. 더 열심히 해야겠어”라는 질책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한 말을 ‘그대로’ 떠올려보자. 핵심은 ‘왜곡’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무시했다’고 생각하거나 ‘막말한다’는 나의 해석은 잠시 내려놓자. 객관적 사실을 떠올리는 것, 다시 말해 내가 들은 피드백의 ‘문구’ 그대로만 생각하자.

다음 해야 할 일은 그 말을 듣고 내가 어떤 감정이 들었나 되짚어 보기다. 참 아프다. 상처를 괜히 들쑤시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치료하려면 상처를 들여다봐야만 한다. 그래서 꼭 필요한 과정이 ‘감정 떠올리기’다. 내가 열심히 한 건 알아주지 않고 지적만 들어서 ‘서운한’ 느낌이 들었을 수 있다. 안 하던 실수를 한 자신에게 ‘속상함’이 생겼을 수도 있고, 내가 할 일은 다 했는데 왜 혼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황당함’과 ‘억울함’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 과정을 아픈 피드백을 듣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해 보는 게 필요한 이유는 그래야 ‘객관적’으로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앞서 말했듯 나에겐 내가 너무 소중하기에 상대의 부정적 피드백에는 일단 ‘방어’하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짜증이나 화 같은 일차적인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고 변명하고픈 마음도 생긴다. 일차적 감정 혹은 변명이 아닌, 나의 진짜 마음을 생각하려는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시의 감정을 충분히 보듬어 주자. ‘바보처럼 제대로 못 했다’는 자책이 아닌 내 느낌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다음 단계부터 진행될 논리적으로 상황을 분석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관심이 없으면 피드백도 없다
내가 느낀 감정을 정리했다면 이제 내 입장이 아닌 피드백을 한 사람이 되어 볼 차례다. 그 사람은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근거가 부실하다’는 피드백에는 ‘좀 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니 채워달라’는 요청이었을 수 있다. 한 번 실수한 것에 대해 ‘대충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면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을 하려면 세세한 것까지 챙겨야 한다’는 조언일 수도 있다.

‘당신이 이러면 안 되지’라고 혼났다면 ‘내가 당신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기에 더 잘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깔려 있을 수 있다.

너무 ‘긍정 회로’를 돌리는 거 아니냐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에게 피드백을 준다는 건 나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관심이 없으면 피드백도 없다. 나아지리라, 달라지리라는 바람을 갖고 하는 게 피드백이다. 그러니 내 속이 쓰릴지라도 상대가 ‘나를 힘들게 하려고 그랬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피드백 내용에 깔린 의도를 고민해 보자.

마지막으로 할 일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한 나의 ‘달라진 행동’ 생각해 보기다. 서두에 예로 든 ‘나폴리 맛피아’가 “언젠가 우리가 팀전에서 또다시 만난다면 그때도 저는 기꺼이 셰프님 팀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땐 함께 1등을 해 보고 싶습니다.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셰프”라는 소감을 남겼다.

기회가 닿는다면 ‘건방’이 아닌 ‘배움’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피드백 수용의 마무리임을 기억하자.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행동이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핵심이다. 용기가 생긴다면 나에게 아픈 피드백을 준 상대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내가 앞으로 이렇게 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겠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달라질 행동에 마땅한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면 상대에게 묻는 것도 좋다. 더 좋은 자료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더 꼼꼼하게 챙기면 좋을지, 나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해 보자.

‘잘했다’는 말을 들으면 좋다. 반대로 ‘부족하다’는 말은 듣기 싫다. 하지만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해 나에게 더 필요한 말은 후자일 때가 있다. 물론 피드백하는 사람이 나에게 ‘애정’이 있다는 전제에서다. 그러니 많이 묻고 잘 듣고 열심히 해석하는 노력을 해 보자.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전혀 다른 내가 만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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