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CC(파72.6660야드) 18번홀(파4). 손예빈(22)의 9번 아이언을 맞은 두번째 샷이 핀 두발짝 옆에 떨어졌다. 숨을 가다듬고 '평소처럼'을 되뇌이며 친 스트로크를 맞고 공은 깔끔하게 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첫날 6언더파 64타로 마치고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나이키 걸' 손예빈이 '반란'에 나섰다. 손예빈은 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 오후 5시 현재 전예성, 고지우, 장수연과 나란히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손예빈은 "티샷부터 퍼트가지 모든 것이 생각한대로 풀린 날"이라며 "이 흐름을 지켜 톱5 안에 반드시 이름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정규투어 3년차를 맞는 손예빈은 2022년 가장 주목받는 루키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시드순위 결정전을 수석으로 통과한데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풀라인을 후원하는 '나이키 걸'이라는 후광까지 더해졌다. 뛰어난 미모에 잠재력과 실력, 인성까지 높은 평가를 받으며 골프계 안팎에서 박현경을 이을 스타의 재목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못했다. 3년차인 올해 27개 대회에 출전해 10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17일 현재 상금랭킹 66위(1억2848만원), 내년 정규투어 시드 확보를 위해서는 순위를 6계단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올 시즌 남은 4개 대회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손예빈이 승부수를 던진 이유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죽기살기로 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기다린 또다른 이유는 사우스스프링스CC다. 손예빈은 루키였던 2022년, 이곳에서 열린 E1 채리티오픈에서 공동8위를 기록하며 정규투어 첫 톱10을 기록했다. 그는 "좋은 기억이 있는 코스에서 상상인.한경와우넷오픈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부터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그간의 기다림을 증명하듯, 이날 손예빈은 티샷부터 퍼트까지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14개 홀 가운데 10개홀에서 페어웨이를 지켰고, 단 2개 홀을 제외하고 모든 홀에서 그린을 지키면서 그린적중률 88.9%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공을 핀 가까이 붙이면서 퍼트 실수도 줄였다. 손예빈은 "올 시즌 샷이나 퍼트에 특별히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상승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하반기부터 조금씩 흐름을 타는 느낌이 들었고, 오늘은 그간 제가 원했던 플레이를 마음껏 했다"고 말했다.
손예빈은 이번 대회를 통해 내년 시드권 확보는 물론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치겠다는 각오다. 그는 "남은 3라운드 동안 자신감을 갖고 그간 준비해온 플레이를 펼치겠다"며 연습그린으로 향했다.
이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