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2010년 음식점 번호를 모아놓고 연결해주는 플랫폼 회사로 시작했다. 이후 배달 중개 서비스로 발전했다. 한국은 자영업의 나라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이 퇴직금으로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요식업 경쟁은 점점 심화됐다. 배달의민족은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을 제공했다. 세상에 없던 음식 배달 문화를 만들고, 라이더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외식이 어려웠던 이 시기 배달앱은 그야말로 대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모든 호황엔 끝이 있듯 엔데믹과 함께 배달앱산업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때 10배 커진 배달 음식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외식비가 치솟자 간편식과 집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원재료, 인건비 등 모든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가격에 극도로 민감해졌다. 여기에 쿠팡이란 공격적인 플레이어가 뛰어들며 시장 경쟁은 심화됐다. 이 와중에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이 갈등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배달앱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제모을루 교수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시스템으로 지목한 ‘포용적 제도’에도 어긋난다. 그는 “빌 게이츠 등 미국 기업가들은 자신이 꿈꾸는 사업이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창업했다. 미국의 제도와 그 제도가 만들어놓은 법질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또다시 정치 논리에 휩쓸려 배달앱 시장에 개입한다면 타다 때와 같이 혁신적인 기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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