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배달앱 수수료, 정부가 정할 일일까

입력 2024-10-17 17:51   수정 2024-10-18 00:26

한국은 왜 노벨상을 받지 못할까. 노벨상의 계절마다 우리가 던진 질문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경제학상도 한국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는 국가 번영의 이유를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에서 찾았다.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원인으로 제도 차이를 들었다. 경제적 인센티브를 중시하고 공정한 경쟁을 인정한 ‘포용적 제도’가 남한의 번영을 이끌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배달앱 상생협의체 공회전
한국을 성공적인 국가 모델로 제시한 이들의 분석에 비춰 최근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배달앱 수수료 갈등 사태를 복기해보자. 이 사태의 중심엔 배달의민족이 있다. 국감장에 불려 나온 피터 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회사 이름에서 ‘우아한’을 떼라는 질타까지 들었다. 한때 ‘혁신기업’이었던 배달의민족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배달의민족은 2010년 음식점 번호를 모아놓고 연결해주는 플랫폼 회사로 시작했다. 이후 배달 중개 서비스로 발전했다. 한국은 자영업의 나라다.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이 퇴직금으로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요식업 경쟁은 점점 심화됐다. 배달의민족은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매력적인 광고 플랫폼을 제공했다. 세상에 없던 음식 배달 문화를 만들고, 라이더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외식이 어려웠던 이 시기 배달앱은 그야말로 대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모든 호황엔 끝이 있듯 엔데믹과 함께 배달앱산업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때 10배 커진 배달 음식 시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외식비가 치솟자 간편식과 집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이었다. 원재료, 인건비 등 모든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도, 자영업자도 가격에 극도로 민감해졌다. 여기에 쿠팡이란 공격적인 플레이어가 뛰어들며 시장 경쟁은 심화됐다. 이 와중에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인상이 갈등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정부 개입은 나쁜 선례될 것
배달의민족은 업주들이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9.8%로 기존 대비 3%포인트 올렸다. 이는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배달의민족의 중개 수수료 인상에 업주들의 반발은 거세다. 배달앱 운영사와 자영업자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정부는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6차 회의까지 이어갔다. 협의체가 공회전을 거듭하자 결국 정부가 개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처럼 정부가 수수료율을 정할 것이란 얘기다.

배달앱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제모을루 교수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시스템으로 지목한 ‘포용적 제도’에도 어긋난다. 그는 “빌 게이츠 등 미국 기업가들은 자신이 꿈꾸는 사업이 실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창업했다. 미국의 제도와 그 제도가 만들어놓은 법질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또다시 정치 논리에 휩쓸려 배달앱 시장에 개입한다면 타다 때와 같이 혁신적인 기업 생태계를 훼손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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