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공모금액이 크고 상장 후 유통 물량이 많아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베팅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상장 주관사들은 케이뱅크 측에 희망 공모가 범위(9500~1만2000원) 하단보다 낮은 8500원으로 공모가를 설정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 경쟁률에 따라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데, 전날 마감한 수요예측에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가 하단 이하를 고려 중”이라며 “수요예측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같이 플랫폼 사업자로 인정받길 원했다. 은행 업무뿐 아니라 자산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수익은 총 425억원이다. 미니(Mini), 신용카드 모집대행 등의 서비스가 전체 플랫폼 수익의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대출비교(28%), 증권 관련 비즈니스(27%), 광고(13%) 등도 수익을 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아직 플랫폼 수익이 없다. 이자이익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해 기관투자가들은 케이뱅크를 금융주라고 판단했다.
LS증권은 케이뱅크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희망 시가총액 4조~5조원을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9~2.13배”라며 “국내 금융주 가운데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뱅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00만 명 수준으로 1500만 명이 넘는 카카오뱅크, 토스와 격차가 크다. MAU 대비 기업가치를 카카오뱅크와 토스 수준으로 적용하면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2조원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