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두고 불공정거래 여지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은 "시장이 과열되는 측면이 있고 그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여지가 있어 다양한 측면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사안에 대해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상대 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회계심사는 기존 공시된 자료에 대한 확인과 추가 자료 요구, 소명 등으로 진행되며, 통상 3~4개월이 걸린다.
여기서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강제성이 있는 감리조사로 전환된다. 감사인 등을 불러 조사하게 되고, 이후 제재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면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 향후 중국 매각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기업 사례를 거론하며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기업 인수 당시에는 구조조정이 없다 하지만 여러 사례를 보면 (구조조정에 나선 사례가) 있다"며 "과거 ING생명을 인수하고 6개월 만에 임원 32명 중 18명이 나갔고, 일반직원의 30%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ING생명, 홈플러스, BHC 등 사례를 보면 싸게 사서 배당으로 빼가고 매각하는 잘못된 특성을 보여주는데 신뢰할 수 있겠느냐"라며 "세계 1위 제련기술이 중국 등 다른 나라로 팔리면 심각한 국부 유출이 될 수 있고 국내 다른 기업도 타격을 받아 국가 경제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모펀드가 핵심 국가기간산업에 달려들어 국민들이 걱정하게 만드는 일은 우리 국민경제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해외 매각 규제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은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자본시장 규제 틀보다는 전략산업에 대한 수출에 대한 제한이라든가 좀 그런 방식으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전용 사모펀드에 대한 운영의 제약을 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조금 좀 더 면밀히 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자본의 국적을 차별하는 방식의 자본시장 규제는 국제적인 자본의 이동이라든가, 우리 시장을 국제화한다는 것이 어떻게 정합적으로 될 수 있는지 고민이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고민을 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김광일 부회장은 'MBK 6호 바이아웃 펀드' 자금 구성과 관련해 중국계 자본이 일부 포함돼 있고, 국민연금이 약 3000억원 출자한 부분에 대해 "그렇다"고 인정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인수전에 해당 자금이 투입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펀드 조성 과정이어서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 협의가 완료된 건 아니다"고 답했다.
김 부회장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경영권 인수시) 중국 매각이나 기술 해외 유출,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 같은 일을 하지 않도록 주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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