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동안 느낀 건 많은 장병분의 노고와 헌신입니다. 그분들이 나라를 위해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면 더 큰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본명 정호석)은 지난 17일 강원도 원주시 36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전역 신고를 하고 취재진 앞에 서서 이같이 말했다.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한 그는 씩씩하게 "충성!"이라고 외쳤고, 행군할 때마다 응원을 보내줬던 원주 시민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날 하이브(352820)의 주가는 전일 대비 1만2600원(7.02%) 상승하며 오랜만에 19만원대로 올라섰다. 4000억 규모 전환사채(CB) 재발행으로 CB 조기상환청구 우려를 불식한 것과 함께 늠름해진 제이홉의 모습에 방탄소년단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높아졌다.
제이홉에 앞서 방탄소년단 진의 전역도 호재로 작용했었다. 진이 복무를 마친 지난 6월은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갈등이 두 달째 이어지며 소모전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당시 경영권 이슈로 20만원 선이 무너졌던 하이브 주가는 진의 전역일인 6월 12일부터 4일 연속 상승하며 반짝 반등 조짐을 보였다.
진, 제이홉에 이어 내년 6월에는 RM, 뷔, 지민, 정국이 전역하고, 사회복무요원인 슈가도 소집 해제된다. 뒤숭숭한 회사 상황에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방탄소년단이 있으니까", "내년이면 벌써 방탄소년단이 컴백하지 않냐"는 말이 나온다.
입대한 아이돌을 '회사의 희망'으로 기다리는 일은 엔터 업계에 없었던 일이라 더 이목이 쏠린다. 그간 K팝 아이돌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에 따라 최대 7년의 전속계약 이후에는 뿔뿔이 흩어진다는 의미에서 '마의 7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특히 남자 그룹의 경우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데뷔해 활동하다 보면 계약 중후반 무렵에 입대 시기가 다가오고, 멤버별로 솔로 활동 등을 염두에 두고 제각기 입대하면서 '군대에 가면 사실상 끝'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K팝의 인기가 국내외로 높아지면서 덩달아 아이돌의 수명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3~4세대 아이돌의 경우 입대 시기가 도래하면서 팀의 존속 여부에 대한 논의가 긴밀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팀의 성장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경우 일찌감치 재계약을 체결해 생명력을 늘리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등이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기 전에 재계약을 맺고 팀을 유지했다.
멤버들이 군 복무 중인 와중에 과거 발표곡들이 역주행에 성공, 재계약을 체결한 데이식스는 현재 '군필돌'로서 안정적으로 국내 음원차트를 휩쓸고 공연 강자로 거듭났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군대 가면 끝이라는 말을 했지만, 이제는 군대에서 공연하는 모습까지 SNS에 올라오고 화제가 되는 시대다. 팬들도 '우리 애들이 군대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라면서 지켜보는 분위기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면서 "제대 이후의 팀 활동에 대해 회사도 아티스트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과거 군 복무가 활동을 멈추는 브레이크였다면, 이제는 그 기간을 최소화해 전략적으로 팀을 영위하기 위해 고심한다는 뜻이다. 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멤버들이 전원 동시에 입대하는 것도 좋지 않은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세븐틴, NCT 등의 입대가 시작된 시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사례에 이목이 쏠린 이유다. 소속사는 각 멤버의 입대 간격을 너무 벌어지지 않게 조율해 공백을 최소화했고, 사전에 촬영해둔 콘텐츠를 지속해서 공개하면서 빈자리가 최대한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덕분에 솔로 활동 바통 터치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었다. 전역일마다 마중을 나가며 돈독한 팀워크를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완전체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백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고, 개인 활동별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오롯이 팀을 위한 전략에 뜻을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전원 제대하고 성공적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연다면 핵심 IP(지식재산권)의 수명을 늘리고 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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