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만 반입 가능"…英 미술관 '액체 금지령' 내린 이유는

입력 2024-10-18 11:46   수정 2024-10-18 13:03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급진적인 환경 운동가들의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방문객의 액체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내셔널갤러리는 방문객과 직원, 전시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18일부터 분유와 유축된 모유, 처방약 외의 액체 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내셔널갤러리는 강화된 보안 조치로 입장 지연 등 관람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면서도 작품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 예술품 사이에 더 많은 장벽이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액체 반입을 금지하는 대신 내부에서 물을 무료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문화기관이 관람객의 액체 반입 금지를 결정한 것은 내셔널갤러리가 최초다.

이는 환경 운동가들의 지속적인 작품 훼손 시도에 따른 조치다. 내셔널갤러리에서는 지난 2주간 2건을 포함해 지난 2022년 6월 이후 모두 5건의 작품 훼손 시도가 있었다.

가령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소속 운동가인 피비 플러머와 안나 홀랜드는 지난 2022년 10월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려 작품을 훼손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수감됐다. 고흐의 해바라기는 다행히 그림 자체가 손상되지는 않았다.

런던 서더크 형사재판소의 크리스토퍼 헤히어 판사는 플리머와 홀랜드가 운동가에서 광신도로 선을 넘었다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들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3명의 다른 활동가가 내셔널갤러리 반 고흐 전시회에 나온 2가지 버전의 해바라기에 야채수프를 던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립미술관장 협의회는 지난주 문화 시설이 시위의 대상이 된 것을 개탄하면서 문화재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협의회는 시위할 권리를 존중하고 종종 그 뜻에 공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화재에 대한 공격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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