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언제 와?" 매일 우는 두 아이…'역주행' 음주사고 비극

입력 2024-10-18 15:25   수정 2024-10-18 15:38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16일 역주행 사고로 운전하던 30대 가장이 숨진 사고가 난 가운데, 유족이 국민청원 글을 올리고 음주 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호소했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영월 역주행 교통사고 관련 음주 운전 처벌 강화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A씨는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음주 운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A씨는 “(피해자는)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멋진 삶을 살았다”며 “사고 이틀 전날에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서울로 이사하며 아내, 두 아이와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고 적었다.

그는 “한 남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가정은 너무 쉽게 무너져 내렸다. 대한민국에서는 흔한 ‘음주 운전’으로 말이다”며 “해병대 부사관 가해자는 과거 음주 운전 등으로 군 재판까지 받은 전력이 있다고 기사를 통해 접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 과거 음주 운전 전력까지 있던 그에게 왜 다시 운전대를 잡게 했나. 왜 솜방망이 처벌로 끝냈나”며 “고(故) 윤창호 씨의 슬픔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 누구보다 착실했던 가장의 인생이 이렇게도 쉽게 무너져 내려도 괜찮은 건가”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친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불면증에 괴롭다. 술을 드시면 안 되는 아버지께서는 끊은 술을 다시 입에 대며 아픔을 달랜다”며 “올케는 얼굴과 발에 멍이 가득한 채로 동생의 장례를 치렀고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 오냐며 매일 울며 묻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께 청원하는 것뿐”이라며 “동생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음주 운전 처벌법을 더욱더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전 1시 27분께 강원 영월군 국도 38호선 영월2터널에서 제천 방향으로 가던 카니발 승합차가 반대편에서 역주행하던 셀토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카니발 운전자 30대 남성 A씨와 셀토스 운전자 20대 남성 B씨가 사망했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흰색 차량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모습이 담겼다. 터널 내부에는 부서진 파편들이 산산이 흩어졌다.

이후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와 터널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한 결과, B씨는 만취한 상태로 잘못된 진입로로 들어와 사고 지점인 터널까지 약 4㎞ 구간을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B씨의 혈액 분석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인 0.08% 이상으로 확인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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