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구현의 핵심 기술인 그래픽 엔진을 놓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시장 1위 업체인 미국 유니티가 9년 만에 시리즈 버전 숫자로 이름을 붙인 새 엔진을 내놨다. 2위 업체인 에픽게임즈도 다음 달 신규 엔진 출시로 반격한다.
유니티는 새 그래픽 엔진인 ‘유니티6’를 17일 전 세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정보기술(IT) 분석 매체인 슬래시데이터에 따르면 유니티는 지난해 그래픽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38%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고른 엔진이었다. 유니티는 2015년 ‘유니티5’를 출시한 이후 지난해까지 이름 뒤에 연도를 붙이는 식으로 제품명을 표기해왔지만 이번엔 시리즈 버전 숫자를 붙이는 방법을 택했다.
업계에선 현실과 가상 공간을 잇는 디지털 트윈 시장 우위를 다지기 위해 시리즈 버전 숫자를 바꾸는 쪽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에픽게임즈의 최신 엔진은 ‘언리얼 엔진 5’로 숫자가 더 작다. 유니티는 신제품으로 고품질 그래픽을 저사양 컴퓨터에서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중앙처리장치(CPU)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기존보다 30% 높였고 폴더블 스마트폰 환경에 맞는 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유니티는 지난달 디지털 트윈 구축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인 ‘유 데이 서울: 인더스트리’도 개최했다. 현대자동차가 유니티 엔진으로 물류 운영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사례, LG전자가 에어컨의 바람 흐름을 3D로 표현해 신제품 개발에 응용한 사례 등을 공유했다. BMW도 유니티를 활용해 자율주행용 소프트웨어를 학습시키고 있다. 유니티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도 유니티로 메타버스 교육 플랫폼인 ‘메타쌤’을 운영하고 있다”며 “몰입형 체험이 중요해지는 디지털 전환(DX) 시장 전반에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픽게임즈도 다음 달 ‘언리얼 엔진5.5’를 출시한다. 언리얼의 그래픽 엔진 시장 점유율은 15%로 업계 2위다. 업계에선 유니티의 강점을 최적화로, 언리얼의 강점을 고품질 그래픽 구현으로 보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한 화면에서 그림자 1000여개를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기술을 새 엔진에 적용해 그래픽 품질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언리얼 엔진 게임에 적용했던 로열티 비율도 5%에서 3.5%로 1.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오는 13일 열릴 국내 최대 게임 시상식인 ‘대한민국 게임대상 2024’도 유니티와 언리얼의 경쟁 구도다.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유니티 엔진을,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는 언리얼 엔진을 썼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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