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속이 부른 '신재생 인증' 가격 폭등, 국민에게 부메랑 될 것

입력 2024-10-18 17:41   수정 2024-10-19 08:38

신재생에너지 의무 사용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형 발전사가 사들여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3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2021년 3만4667원이던 인증서 개당 평균 가격이 올해 7만7237원으로 오른 것이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한국전력이 산하 발전사 5곳의 인증서 구매 비용 전액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한전이 여기에 쓴 돈이 지난 한 해 3조3950억원에 달했다. 이미 부채가 200조원이 넘어, 하루 이자만 120억원씩 물고 있는 한전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탈원전과 이에 따른 신재생 과속 사태가 빚은 예고된 참사다. 2012년부터 시행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에 따라 500㎿ 이상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는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해야 한다. 자체 신재생 설비로 이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민간 신재생 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하고 발급받은 인증서를 사들여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2022년 10%인 대형 발전사의 신재생 의무 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올리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비현실적 비율 탓에 발전사는 인증서를 계속 사들일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7년간 구매 비용으로 33조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다. 결국 이 부담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혈세로 민간 태양광 사업자 배를 불리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런 식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밀어붙이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정부는 다른 선진국처럼 현행 제도를 일몰하고, 정부 주도의 경매·입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의무 할당량은 유지하되 시장 경쟁을 붙여 최저가를 써낸 신재생 사업자의 전기를 우선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신재생’에서 원전을 활용한 ‘무탄소’로 전환하는 만큼 탈원전 기조에 맞춰 발전사에 부과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비현실적인 재생에너지 의무 비율을 현실에 맞게 낮춰야 한다. 모두 거대 야당이 ‘탈원전 미몽’에서 깨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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