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군과 신베트(정보기관)가 1년간 추적한 끝에 하마스 테러조직 지도자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지난 16일 가자지구 남부에 진출한 828보병여단 예하 훈련부대 병력이 텔 술탄에서 일상적인 수색 작전 중 하마스 전투원 3명을 발견해 교전을 벌였다. 건물로 피신한 하마스 전투원은 드론의 추격을 받자 막대기를 휘두르며 저항했으나 이스라엘 전차포에 맞은 건물이 무너지며 사망했다. 군당국이 시신을 수습해 치과 기록, 지문 및 DNA를 검사한 결과 사망자가 신와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신에선 AK-47 소총, 라이터,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직원의 신분증과 여권, 이스라엘 돈 4만셰켈(약 1470만원)어치가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인 1200여 명을 죽이고 251명을 납치한 테러를 총지휘한 신와르를 잡기 위해 이스라엘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추적을 벌였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전면 침공 이후에도 신와르는 지하 터널 등 은신처에 숨어 지금까지 항전했고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며 4만2000여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엔 전투에 휘말린 팔레스타인 민간인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 조직원 3만 명 중 1만50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추산한다. 올해 7월 하마스 알카삼 여단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이 공습으로 사살된 데 이어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지도자도 이란에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신와르가 사망하면서 휴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휴전 협상을 재개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18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어제 하마스 지도자의 죽음은 정의의 순간이었다”며 “하마스 없는 가자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4~5일 안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로 파견해 가자지구의 전후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헤즈볼라와 이란 간 갈등은 안갯속이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군을 전진시켰고 지하 갱도와 무기 저장고, 군사 초소 등 150여 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무함마드 하신 라말 타위베 지역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날 신와르를 ‘순교자’라고 언급하며 “저항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반미국·반이스라엘 성향 ‘저항의 축’ 지도부가 지난 몇 달 사이 거의 궤멸당한 탓에 이들의 전략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일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선결 조건 없는 휴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인질들이 돌아오면 휴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