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교전 끝에 사살했다. ‘칸 유니스의 도살자’로 불린 신와르는 하마스 강경파를 이끌며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동해 전쟁을 촉발한 핵심 인물이다. 하마스의 강경파 지도자가 줄줄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인질 반환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감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인 1200여 명을 죽이고 251명을 납치한 테러를 총지휘한 신와르를 잡기 위해 이스라엘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추적을 벌였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전면 침공 이후에도 신와르는 지하 터널 등 은신처에 숨어 지금까지 항전했고 전쟁이 1년 넘게 지속되며 4만2000여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엔 전투에 휘말린 팔레스타인 민간인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 조직원 3만 명 중 1만50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추산한다. 올해 7월 하마스 알카삼 여단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이 공습으로 사살된 데 이어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지도자도 이란에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신와르가 사망하면서 휴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소식을 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는 이제 또 다른 테러를 감행할 능력이 없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인질을 가족에게 데려오고 이번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5일 안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로 파견해 가자지구의 전후 처리 방향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헤즈볼라와 이란 간 갈등은 안갯속이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레바논 남부에서 지상군을 전진시켰고 지하 갱도와 무기 저장고, 군사 초소 등 150여 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무함마드 하신 라말 타위베 지역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날 신와르를 ‘순교자’라고 언급하며 “저항 정신이 거세질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다만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반미국·반이스라엘 성향 ‘저항의 축’ 지도부가 지난 몇 달 사이 거의 궤멸당한 탓에 이들의 전략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8일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선결 조건 없는 휴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인질들이 돌아오면 휴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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