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2025년 보편 관세가 어떻게 혼란을 초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하나같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공약이 기대하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히려 관세를 올리면 상대 국가의 보복 관세로 기업 활동과 고용이 더욱 위축돼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리스 옵스펠드 교수를 비롯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정책 교수, 웬디 에델버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은 모두 관세 부과 혹은 인상이 제조업을 살리기 힘들다는 데 동의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공약과 관련해 “전 세계 무역 시스템에 수류탄을 던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제조업이 점차 후퇴하고 있다”며 “제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노동력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장벽을 낮춘 자유 무역이 제조업 고용 감소 원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관세를 부과받은 상대 국가가 보복 관세를 물릴 경우 제조업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퍼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한국산 세탁기에 고율 관세를 매긴 것을 예로 들며 이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가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외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120만 대를 초과하는 세탁기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퍼먼 교수는 경제학 저널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글을 인용해 “세탁기 관세 인상으로 미국 근로자 1인당 80만달러의 추가 소비자 비용이 발생한다는 논문이 있다”고 전했다.
에델버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관세 부과가 실현되기도 전에 세계 기업들이 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미리 수입 혹은 수출하려는 기업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처음 관세를 올렸을 때 해당 상품 수입량이 관세가 부과되기 직전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관세는 외국이 아니라 가정과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옵스펠드 교수는 “트럼프 정부 당시 부과한 관세는 약 380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 그가 계획하는 관세는 당시의 8~9배에 달하는 규모를 다루며, 가정과 기업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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