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자금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연금 자금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 시도가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김 이사장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M&A’ ‘경영권 쟁탈’이라고 한 건 의미가 크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갖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다. 분쟁이 길어지고, 국민연금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지지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김 이사장은 앞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에 안건을 올려 사회적 가치 등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느냐”라는 전진숙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김 이사장이 ‘장기적’이라는 표현을 쓴 만큼 오는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향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것인지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최 회장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 뒤 향후 주총에서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주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다만 김 이사장의 이날 발언을 원론적 답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은 주총이 열리면 의결권 행사 기구인 수책위를 열어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 회장이 맞선 올 3월 주총에서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
류병화/박종관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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