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정예 부대, 내달 전장 투입…"세계대전 첫 단계"

입력 2024-10-18 20:11   수정 2024-10-18 21:01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대규모 특수부대 파병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병 규모는 1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상호 군사 원조’를 실행에 옮기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도 엄중해졌다는 평가다.


국가정보원은 18일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상륙함 네 척, 호위함 세 척이 지난 8~13일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했다. 조만간 2차 수송 작전도 이뤄질 예정이다. 러시아 해군함대가 북한 해역에 진입한 건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라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특수부대가 러시아 무기와 군복을 지급받았고, 지역주민으로 위장한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보 소식통은 “북한이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총 1만2000여 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평안남도 덕천시에 주둔하는 폭풍군단은 특수 8군단을 모체로 창설된 최정예 특수부대다.

북한은 과거 베트남과 중동에 전투기 조종사 및 군사고문단을 파견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지상군을 외국에 파병하는 것은 처음이다. 작년 8월 이후 현재까지 1만3000개 이상의 컨테이너에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는 게 국정원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넣은 조약을 맺은 뒤 북한 군인 및 무기의 러시아 파병이 본격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약 제4조에는 북·러 중 한 나라가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나라는 유엔헌장과 양국 국내법에 준해 자신이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실 및 국방부 관계자들과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 밀착이 군사 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를 향한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국정원 "北 1.2만명 파병"…북·러 '상호 군사지원' 현실화
극동지역 軍부대에 분산 배치…러시아제 군복·무기 지급 받아
북한의 러시아 전선 파병은 한반도의 군사 긴장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 신조약 체결을 통해 사실상 군사 동맹을 맺은 양국의 상호 군사 지원이 본격화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만간 2차 수송 작전 시작”
국가정보원은 18일 “지난 8월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인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북한군 장교 수십 명과 함께 수차례 러시아 전선 인근의 북한 ‘KN-23’ 미사일 발사장을 방문했고, 현지 지도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던 국정원은 북한이 8~13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이용해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했다. 러시아 공군 소속 수송기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수시로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등 4곳에 분산돼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러시아제 군복과 무기를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인과 외모가 비슷한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으로 위조한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2차 수송 작전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파병 규모는 계속 늘어 1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군사 매체에 “북한군은 11월 1일에 전선 투입이 준비될 것”이라며 “선발대 2600명이 다음달 러시아 쿠르스크로 갈 것이고, 극동 지역에서 북한 보병 1만1000명이 훈련받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건 처음이지만, 그동안 군사 지원은 여러 차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이후 총 70여 차례에 걸쳐 1만3000여 개 이상 컨테이너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에 따르면 그간 포탄 800만 발 이상이 러시아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韓 살상무기 지원으로 이전될까
북한의 파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만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러 신조약이 체결된 직후인 6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사실상 북한군이 참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만큼 무기 지원이 실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국제 긴장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북한이 지상군 등 여러 인력을 합해 병력 1만 명을 준비하고 있다”며 “세계대전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이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 러시아가 참전하거나 군사 지원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분단 이래 가장 큰 전략적 대치 구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군사 위협을 이어갔다. 이날 북한은 김정은이 전날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군사 작전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대한민국은 명백한 적국”이라며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 물리력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라고 말했다.

김종우/김동현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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